정기환 논설실장
1980년대에는 야유회라 불렀다. 직장이나 단체마다 날을 잡아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나선다. 주된 목적이 단합인지라 허리띠 풀고 먹고 마시는 날이다. 모처럼 일터를 벗어난 해방감이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웬만한 일탈은 애교로 넘어간다. 다시 출근한 뒷날이면 온갖 에피소드들이 흥건했다.

▶초임기자 시절, 수년간 단골로 찾던 야유회 장소가 있었다. 경기도 가평 어느 깊은 산골의 산장 비슷한 곳. 낮에는 천렵을 하고 밤에는 화톳불을 끼고 퍼마셨다. 이튿날 돌아오는 길, 양평의 옥천냉면골에서 더 거나한 뒤풀이가 벌어지고. 기다시피 해 서울로 돌아오는 야유회였다. 주 6.5일을 일하던 시절. 지금 생각해도 강파른 회사 생활에 한 모금 청량제 같았던 봄 가을 나들이었다.
▶선진국으로 치달으며 어느덧 '야유회'가 촌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워크숍이 대세다. 본디 '일터'나 '작업장'을 이르는 말이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협의회 쯤의 의미다. 야유회든 워크숍이든 변할 수 없는 본령은 '단합'이다. 이름이 발전하기로는 요즘 아주머니들 점심 계모임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를테면 '백합회 포럼(또는 세미나, 심포지엄)'등을 내건다고 한다.
▶이 워크숍이 발전의 기폭제가 된 회사도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다. 문창기 대표는 2004년 종업원 10명 남짓의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5년 후 전직원 해외 워크숍을 갈 것"이라고 했다. 모두들 흘려 들었지만 2009년 일본으로 워크숍을 떠났다. 이후 베이징, 홍콩 등으로 워크숍을 가고 회사도 급속히 커 나간다. 이디야에는 '베이징 선언'이란 게 있다. 베이징 워크숍에서 전직원 총의로 채택된 공격적 점포 개설 전략을 말한다.
▶주말에 인천일보 가족들이 오랜만에 워크숍을 다녀왔다. 1614m 고지 덕유산 정상부에는 이제사 봄이 열리고 있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군락 사이로 참꽃이 만발해 있었다. 7월15일이면 인천일보가 창간 30주년을 맞는다. 강산이 세번 바뀐 만큼이나 파란 곡절을 겪었다. 본시 자기 집안 일에도 시니컬한 게 기자들이다. 그러나 이번 워크숍에서는 그 반대였다. '재창간'의 각오와 의욕들이 터져 나왔다. 묶어보니 '건강한 지역언론' 하나 일으켜 보자는 거였다. 겸허한 자세로, 상식이 지배하는 지역 공론의 한 마당이 되고자 하는 다짐.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편달을 부탁드려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