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산은 자금지원 달려 … 신규투자방식, 협상 관건될 듯
한국지엠이 벼랑 끝에서 극적으로 탈출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23일 비용절감을 골자로 한 자구안에 합의하면서 GM이 예고한 법정관리 신청 위기를 넘겼다.
남은 과제는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 방안이다. 이를 통해 정부·산업은행과 자금 지원 문제를 협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대주주인 GM이 책임 있는 장기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는지를 감안해 정부와 산업은행의 지원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GM은 노사 임단협 합의를 전제로 한국지엠의 본사 전체 차입금 27억달러(약 3조원)를 출자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또 부평·창원공장에 신차 2종을 배정하고 28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하겠다며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지엠 지분(17.02%)만큼인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요구했다.
이에 산업은행은 GM이 출자전환과 동시에 최소 20대 1의 차등감자를 하라고 역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GM은 차등감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신 신규 투자를 할 때 GM이 대출 형태로 지원하고 산업은행은 유상증자를 해 차등감자 없이도 지분율을 15% 이상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산업은행은 신규 투자 방식이 같아야 한다며 양쪽 다 지분투자 형태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이 부분이 협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현재 GM은 27일까지 한국지엠에 대한 투자확약서를 달라고 산업은행에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17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지엠 대한 경영 실사 중간보고서 결과가 만족스러우면 27일까지 구두로 된 약속이 됐든 조건부 양해각서(MOU)가 됐든 매우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20일 나온 경영 실사 중간보고서에는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 계획이 실행되면 2020년부터 흑자로 돌아선다는 분석이 담겼다. 노사가 자구안에 합의하고 중간보고서 결과까지 긍정적으로 나온 만큼 다음 달 초 실사 종결에 앞서 27일까지 한국지엠 대한 일부 금융 지원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GM의 주요한 2개 신차 배정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협조를 기반으로 한다고 했다"라며 "턴어라운드 플랜에 대해 노조 합의와 함께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지원이 확정되면 할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도 한국지엠 노사 합의를 존중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협력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기존에 발표한 3대 원칙에 따라 최대한 빨리 실사를 하고 GM 측과 경영정상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지엠 조기 정상화 및 인천 경제 살리기 범시민협의회도 이날 노사 합의를 환영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자금 지원과 외투지역 지정, 협력업체 지원을 빠른 시일 안에 진행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인천시는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인천경제를 살리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신섭·신나영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