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공장 노동자 부평·창원 전환배치로 잠정합의
"당장은 다행 … 신차배정 등 지역경제 침체 막아야"
한국지엠 노사가 23일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 대한 교섭'에서 잠정합의를 했다는 건 회사가 법정관리를 피하고 회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는 의미다. 합의 불발로 부도 처리됐을 경우 우려되던 정리해고 등 혼란에서 일단 벗어난 셈이다.

부평공장에서만 1000여명 희망퇴직, 알게 모르게 잇따르는 비정규직 해고까지 인천지역 일자리 충격은 이미 진행된 상황이라 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한 미래 먹거리 확보가 뒤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금 인상', '복리후생비' 일부 떼고 '군산공장 노동자 고용 안정' 챙겨

글로벌GM 측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촉발된 한국지엠 노사 갈등은 결국 군산공장 소속 노동자 고용 문제를 해결하면서 70여일 만에 봉합할 수 있었다. 양측은 지난 2월7일 2018년 임단협을 개시했으나 사측이 같은 달 13일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통보해 관계가 본격적으로 악화됐다. 노조는 3월15일 임단협 관련 21가지 요구안을 발표, '군산공장폐쇄결정에 대한 철회요구'를 맨 첫머리에 올리기도 했다.

이번 잠정합의 내용을 보면 군산공장은 문을 닫지만 소속 노동자 고용 안정은 챙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는 애초 요구한 군산공장 폐쇄 철회에서 한 발짝 물러나 희망퇴직에 불응한 군산공장 노동자 고용 문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추가 희망퇴직과 부평·창원공장 전환배치를 진행하고 남은 직원들을 4년 동안 무급휴직한다고 했다가 23일 새벽 아예 무급휴직 내용을 삭제하면서 노조와 대화가 급속히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막판까지 진통은 있었어도 복리후생비 절감안 일부 도입에도 말을 맞췄다.

▲부평공장 일자리 충격 이미 시작 "불행 중 다행"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등 인력 구조조정이 쉬운 법정관리를 피하게 돼 당장은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노조 잠정합의 찬반투표는 대의원대회를 거쳐 빠르면 25일 진행될 예정인데, 법정관리를 피하려는 여론이 높아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재 부평공장 희망퇴직자만 1028명에다 올해 사내 하청 비정규직 해고가 확인된 수만 100명이 넘는 실정이다.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부도가 났다면 비정규직부터 잘려나갔을 것"이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힘을 모아 함께 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평공장 서문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4)씨는 "군산공장 닫으며 떠나간 직원 수나 부평공장 퇴직, 해고자 수나 비슷하다"며 "신차 배정과 같은 미래 먹거리를 설정해 예전 수준으로 사세를 키우지 않으면 지역 경제는 계속 침체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관련기사
한국지엠 노사 '임단협' 극적 타결 한국지엠 노사가 법정관리 갈림길 직전에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 대한 교섭' 잠정합의를 이끌어냈다. ▶관련기사 6·19면 회사 경영 정상화로 가기 위한 첫발을 뗀 것을 계기로 한국지엠에 대한 글로벌GM의 신차배정 및 투자 확정, 정부 공적자금 투입 등 후속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지엠 노사는 23일 오후 4시쯤 인천 부평공장에서 임단협 14차 본교섭 끝에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5시로 예정된 '임단협 데드라인'을 한 시간가량 남겨두고 이뤄진 극적 타결이다. 노사는 핵심 쟁점이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