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이동권리 찾기 힘겹다] 부천 보급률 겨우 22% … 예산·인식 부족 탓
매년 장애인의 날이면 정치권, 정부, 지자체 등 요란한 행사 속에 장애인에 대한 '교통약자 이동권과 각종 시설 이용권 보장'을 부르짖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편견도 심각해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저상버스 탑승은 복불복이에요. 30~40분 넘게 기다려도 한 대도 안 올 때도 있어요."
장애인의 날인 20일 오후 2시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 김기열(46)씨는 부천시청 앞에서 오정동→서울 방향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김씨는 일반 시내버스 4대를 보낸 뒤에야 저상버스를 탈 수 있었다. 지체장애를 가진 김씨는 "접근성은 지하철보다 버스가 훨씬 좋지만 배차 간격이 노선별로 차이가 크다. 저상버스가 없는 노선도 많다"며 "버스가 언제 올지 모르니 급할 때는 오히려 돌아가더라도 지하철을 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2005년 장애인을 포함한 노약자와 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위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2005년 만들어진 후 정부는 2007년부터 5년 단위로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계획'을 세웠지만 예산 부족과 정부 부처의 엇갈린 해석 때문에 저상버스 보급률은 22.4%에 불과하다. 부천시의 경우 22.6%로 전국 보급률보다 약간 웃돌지만 미진하긴 마찬가지다.
편의시설 부족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부천지역에 설치된 횡단보도 음향신호기 설치 실태를 보면 횡단보도 2182개소 중 810개소로 겨우 37%의 설치율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전국 평균치 20%대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지만 이동권 확보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최소한의 통행권을 보장하기 위해 설치한 음향신호기이지만 설치·관리가 시, 경찰로 이원화된 데다 인력부족으로 어쩌다 파손과 고장이 발생해도 파악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 부천시 공공시설 장애인편의시설 설치현황을 보면 대상시설 총 69개소 중 적정 설치율은 83에 그치고 있다. 공공시설이 이정도면 사설 대상건물의 설치율은 일부일 뿐이다. 부천시는 법적기준에 못 미치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관련부서에 예산을 반영하여 적정 설치기준에 맞추도록 권고 및 시정명령 조치하고 있지만 개선이 제 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시는 2007년부터 장애인편의시설 기술지원센터를 운영, 관내 3165새소 건물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편의시설 개선을 추진 중이다.

장애인 주차권도 상당수 설치를 꺼려 관련법 시행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와 빌라 등 공공주택 100여곳은 장애인 주차장이 확보돼 있지 않다.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권장만 하지만 그마저 입주자들의 반대가 심하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 이정규(56)씨는 "법규에 짜맞춘 면피성이 아닌 실질적인 장애인 배려 시설로서의 그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수적 증가와 더불어 내용까지 충실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장애인들이 보통의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말힌다.

/부천=강훈천 기자 hck122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