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똑같은 성격을 지닌 사람은 없다. 성격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개인차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성품이 훌륭하고, 어떤 이는 성질이 더럽다고 말한다. 체면을 중시하지 않는 사람을 보고 얼굴이 두껍다고 이야기한다. 간혹 개성이 풍부할 경우 독특한 캐릭터로 지목된다. 체형도 독자적인 자기 이미지를 형성하고, 타인으로부터 성격을 추리하게 만든다. 배가 좀 나온 비만형은 까다롭지 않은 편안하고 사교적인 성격이라는 인상을 준다. 약골은 수줍어하고 내성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으로 구분한다. 물론 과학적인 검증은 부족하다. 성격이 유전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고 하지만 사람은 태어난 직후부터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경험한다. 어머니 품에 안겨 젖을 먹는 방법을 터득하는 학습을 시작으로 형제, 친구, 선생님 등을 통해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성격은 유전적인 요인이 나타나기 전에 환경적인 영향도 받게 된다.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생각한다. 격정적인 언어패턴을 갖고 있다' 등은 스트레스 요인과 밀접한 A형 성격의 일부다. 적은 시간에 되도록 많은 일을 성취하려고 하고, 항상 투쟁과 적대 행동을 일삼는 특성을 지녔다. 이와 달리 B형 성격의 사람들은 느긋 태평하며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업적성취보다는 자기 지향적이다. B형보다 A형은 심장병으로 고생할 확률이 5배나 높다고 한다. 그런데 암유발성 C형 성격은 '다른 사람과 원만히 지내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거나 양보한다. 기분이 한 번 나빠지면 잘 풀리지 않는 편이다' 등의 특성을 나타낸다. 자기 욕구와 감정을 오랫동안 억제하는 스타일이다. 주변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만 장기간 기대했던 일들이 성취되지 않으면 격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장병으로 사망한 10명 중 3명이 A형 성격이라 한다. 이와 달리 이타적이고 유화적이며, 자기주장을 자제하고 수용하는 성격의 C형이 암 사망자 2명 중 1명이라고 하니 놀랍다. 업적 지향적이고 경쟁적인 현대산업사회에서 B형 성격으로 살기도 힘든 환경이다. 신체적인 고통보다 심리적인 고통이 더 많은 환경이다. 또 개인의 행동양식인 성격을 잘 조절하지 못해 다양한 인격장애가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다. '자기로서는 알 수 없는 천리안 같은 것', '텔레파시' 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느끼는 마술적 사고의 정신분열형 인격장애도 나타났다. 공격적이고 충동적이며 죄의식이 없어 사회와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현상도 벌어졌다. 주위에서 자동차 문의 잠금을 여러 번 확인하고, 휴대폰을 손에 들고 찾는 등 망각증세가 빈번하다. 아니다. 혹시 강박적 인격장애는 아닐까. 장애에서 자유롭지 않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