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다니 다시 한번 … 짧은 감상 긴 감동 속으로
▲ 맥북이면 다 되지요(왼쪽), 숲 속에서
▲ 리터치(왼쪽), 재앙
▲ GCC 괴담(왼쪽), 심야영화

인천의 '추억극장 미림'에서 상영시간은 짧지만 감동의 여운은 길게 남는 단편영화의 매력에 빠져보자. 미림극장은 오는 28일 오후 5시부터 지난해 열린 제1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ISFF) 순회상영전 '좋았다니, 다시한번!'과 제7회 미림극장 단편영화 릴레이 상영회를 갖는다. 아시아나국제영화제 상영전은 3차례로 나눠 진행되는데 이달 28일에는 화제작 4편, 5월26일에는 'Life Is Short!' 4편, 6월30일에는 '발칙한 상상력 전' 4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미림극장 단편영화 릴레이 상영회는 지난해 8월부터 상영 기회를 갖지 못한 젊은 영화인들을 위해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단편영화 시사회다. 상영회에 참가하고자 하는 영화인은 매달 24~30일 극장 이메일(mlc8880@naver.com)로 영상파일을 보내면 된다. 관람료는 무료. 032-764-6920



 # 제1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ISFF) 화제작

▲맥북이면 다 되지요 (22분. 감독 장병기. 2017. 한국) : 국내경쟁부문 대상 수상작
조기폐경 진단을 받은 엄마 효선, 아들 진수는 맥북을 사달라고 조른다. 집에 돈이 될만한 것이라고는 더 이상 새끼를 배지 못해 높은 값을 못 받는 늙은 암소 한 마리뿐이다. 자신의 치료비와 맥북 컴퓨터 가격이 비슷하다는 것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단편영화인데도 허전하거나 부족하거나 짧다는 느낌이 없이 딱 적당하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깊이, 고민, 유머, 센스, 통일성, 이미지 등 그 어느 하나 놓치지 않는다.

▲리터치 (19분 23초. 감독 카베 마자헤리. 2017. 이란) :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 언급상
집 한 구석에서 역기 운동을 하던 마리얌의 남편. 갑자기 떨어진 역기에 목이 눌리면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직장에서 포토샵을 활용하여 인물을 '리터치'하는 일을 하는 마리얌은 남편을 구해보려 하지만 곧 마음을 바꿔 그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한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짧은 하루 안에 일어난 일을 그린 영화 '리터치'는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을 표현한 작품이다.

▲숲 속에서 (13분 7초. 감독 토마스 호라트, 코리나 슈빙루버. 2017. 스위스) : 국제경쟁부문 아시프 樂(락)상 수상작
눈, 땀, 남성 호르몬 그리고 전기톱 소리. 4년마다 겨울 석 달 간, 스위스 사람들은 에게리 호수 뒤편 가파른 산에서 나무를 베어 통나무 래프팅을 준비한다. 경제와 기술 변화 어떤 것도 이 전통을 대체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독학으로 영화 감독이 된 호라트와 순수미술과 뉴미디어를 전공한 슈빙루버가 공동 연출한 이 작품은 나무가 쓰러지는 장면과 래프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대비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재앙 (22분 54초. 감독 세브린 드 스트레케어, 맥심 페여스. 2017. 벨기에) : 국제경쟁부문 대상 수상작
아들의 여자친구인 클레어를 처음 만나게 된 엄마 프랜스. 클레어가 어떤 인물인지 상상하지 못하며 그녀를 대하다가 클레어의 본모습을 알게 되며 당황한다. 그 후 엄마가 묶었던 머리를 풀어헤치는 모습에서 클레어를 통해 자신이 엄마와 여성으로서 무엇인가에 대해 인식하게 됨을 알려준다. '재앙'은 자동차 안, 꿈, 내면에 받아들이는 모습이라는 세 번의 장면에서 '트랜스젠더'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 제7회 미림극장 단편영화 릴레이 상영회

▲GCC 괴담 (17분 13초. 감독 홍남기, 양쿠라. 2016. 한국)
경기도 안산시 선감도에 위치한 경기창작센터(GCC)를 중심으로 떠도는 많은 괴담들을 재해석하여 구성한 3편의 옴니버스 영상으로 '좀비', '사무실', '꼬마'라는 에피소드형식으로 구성된다. '좀비'는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던 작가가 외부에서 들리는 불편한 소리와 좀비 바이러스에 전염된 이웃 작가를 마주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묘사한다. '오피스'는 매일 밤 늦게까지 일을 하던 여직원이 무언가에 홀려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점을 그려낸다. '꼬마'는 우연히 만난 꼬마아이의 돌발적인 행동은 불편하지만 꼬마의 행동은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심야영화 (9분 21초. 감독 김선환. 2017. 한국)
계속되는 야근에 데이트도 못하던 남자는 여자친구에게 심야영화라도 보며 데이트를 즐기자고 제안한다. 피곤에 찌든 여자친구의 짜증에도 불구하고 결국 극장에 들어서는데 극장 안엔 아무도 없다. 관객은 단 두 사람 뿐이다. 오로지 둘만을 위한 영화상영이란 사실에 들뜬 남자는 설레며 영화를 보기 시작하는데 뭔가 뒤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누가 또 있는 건가? 현실과 영화, 꿈, 착각 속을 헤매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타인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사진제공=추억극장 미림




[추억극장 미림은] 세월의 먼지 자욱한 세대 공감 문화공간

인천 동구 송현동에 있는 미림극장은 '추억극장', '실버극장', '인천 유일한 고전영화전용관' 등의 수식어로 표현된다.
지난 1957년 천막극장을 세워 무성영화를 상영하면서 문을 연 뒤 인천을 대표하는 영화관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으나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의 공세에 밀려 2004년 문을 닫았지만 2013년 50대 이상의 문화생활과 행복한 노인문화 발전을 취지로 '추억극장 미림'으로 재개관했다.
세대가 함께하는 가족문화공간을 지향하는 '추억극장 미림'은 전국 최초로 '공익형 사회적기업 1호'로 운영하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예술영화 전용상영관으로 국내외 예술영화를 비롯해 숨겨진 한국독립영화의 소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추억극장 미림'은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사업도 펼치고 있는데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대상으로 영상촬영, 다큐멘터리 제작, 영화관 운영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꿈다락 토요 문화학교'를 비롯하여, 어른신들이 동아리 모임을 통해 연극을 직접 만들어 지역 복지기관을 찾아 공연을 하고 있는 '미림 낭만극장',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워 활용해보는 '원더풀 라이프-당신의 삶이 시나리오가 된다'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실버남녀, 추억의 명화 속 주인공 되기', '부귀(富貴) 영화(映畵) 프로젝트'와 예술인파견지원사업으로 펼친 '모던걸 모던보이들의 라디오쇼', '미리미 더빙 극장', '미리미 케어', '미리미 나이트' 등은 젊은 세대의 감각과 어르신들의 멋들어진 연륜이 만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와 함께 극장 3층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영화의 숲, 미림' 전시관은 미림극장의 60년 역사를 담은 영화관 유물 상설전시다. 상영일지, 입장티켓, 필름영사기 등 당시 극장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누구나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신안수 매니저는 "은은한 추억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추억극장 미림'에서는 다른 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오래된 세월의 먼지가 자욱하게 묻어난 영화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주들과 함께 만나보면 좋은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사진제공=추억극장 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