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전통문화가 낯설까."

전통문화를 떠올리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보면 취미로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등 대부분 서양악기를 배우고 음악학원 대다수가 이런 악기 위주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을 배웠고 결국 음악대학까지 졸업했다.

예전에 유럽에서 온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얘기 나누던 중 불쑥 질문을 받게 됐다. "당신은 서양음악을 공부했는데 혹시 한국 전통악기 중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느냐" 순간 나는 몹시 당황했고, 부끄럽기까지 했다.
음악을 전공했다는 내가 그동안 남의 것을 흉내만 내면서 살았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계기로 경기도국악당에서 근무 하면서, 마음 한 켠의 짐 같은 숙제를 풀기 위해 1년간 해금을 배웠다. 어려서부터 오선악보만 익숙한 탓에 우리 정간보를 접하니 마치 암호 해독하듯 어렵게 읽어 갔던 기억이 있다.

요즘 국악공연을 보면 퓨전이나 크로스오버라 이름 붙여져 여러 장르 음악들이 함께 어우러지게 해 전통음악을 보다 친숙하게 접근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경기도국악당도 매년 유아부터 초·중·고등학생까지 3만여명의 전통공연 관람과 악기·전통놀이 체험을 하고 있다.

2년 전 평소에 친분이 있던 국악평론가 윤중강 선생과 담소 중 제례악, 정악도 중요 하지만 시선을 넓혀 조선말 이후 근현대사에 우리 선조들의 삶속에 묻혀 있는 음악얘기를 하게 됐다. 특히 예술 활동이 활발하던 1930년대 속으로 빠져들었고 윤 선생이 그 시대의 배경과 음악자료를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계기를 통해 근현대사의 우리음악 변천사를 관객들에게 선보인 '트로트에서 아리랑까지'라는 공연이 탄생하게 됐다.

첫 무대에서 1930년대를 풍미했던 여가수 이난영, 박향림, 왕수복, 선우일선, 이화자의 노래들을 시대와 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알려지지 않은 여러 가지를 소개한 바 있다. 물론 그 시대를 어렴풋이 기억하는 연세 지긋한 어르신 관람객이 대부분이었지만 의외로 젊은 층의 관심도 높았다.

올해는 1930~1940년대를 대표하는 천재 작곡가 박시춘과 손목인을 중심으로 '애수의 소야곡', '타향살이', '낙랑 18세' 등 친숙한 노래와 전통음악이 만연한 시대에서 서양음악을 접목해 새로움을 개척했던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해설과 라이브연주로 공유하는 인문학 콘서트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 번의 공연으로 대중의 높은 호응을 기대 하기는 쉽지 않지만, 다른 시각에서 전통음악에 대한 새로운 접근,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지속하려 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며, 한걸음씩 가다보면 어느새 우리 전통음악과 맞닿는 순간이 올 것이라 기대한다.

/경기도국악당 국악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