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외면하면 경영정상화 의미 없다
한국지엠이 위기를 탈출하려면 근본적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노동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자치단체에는 적극적으로 해결을 촉구하면서도 정작 소비자의 불만과 요구엔 소극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다.
이러면서 한국지엠은 지난달 최악의 판매 부진을 기록했다. '쉐슬람'이라 불리던 쉐보레 마니아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1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지엠의 3월 국내 판매량은 627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6%나 줄었다. 국민 경차로 인기를 누린 스파크는 지난해(4351대)보다 42.1% 감소한 2518대 팔렸다. 경쟁 상대조차 되지 않던 기아차 레이(2713대)에게도 밀린 것이다. 여기에 말리부 판매량도 909대에 그쳤다.
한국지엠은 2011년 쉐보레 브랜드 도입 이후 국내에서 승승장구했다. 2016년에만 18만275대를 팔았을 정도다. 현대·기아차를 압도하지는 못했지만 위협을 주기에 충분했고 한국자동차산업에 '안전성'이라는 긍정적 화두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3만2377대로 줄면서 점차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소비자들은 꼼수 경영, 소통 부재, 불투명한 앞날을 한국지엠 추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김선택(44·부평구)씨는 "선팅 무상 장착 쿠폰을 준다는 광고에 2014년 스파크를 샀다. 하지만 장착비는 이미 차 값에 포함돼 있었다"며 "속았다는 생각에 항의하니 '착오가 있었다'는 말만 했다. 이때부터 한국지엠을 믿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쉐보레 스파크동호회의 한 회원은 "말리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쉐보레에는 보기 드물게 대기일자가 있었는데, 한국지엠의 선택은 차값 인상이었다. 군산공장 폐쇄 이후 한국지엠은 판매량이 급감하자 최근 스파크(80만원)와 말리부(400만원) 가격을 할인하는 판촉 행사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재고를 정리한다는 느낌이 컸다. 수익에 급급한 나머지 한국지엠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추락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비스센터가 부족한 것도 흠이다. 일부 센터는 성의 없이 차량을 정비한다"면서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지엠은 공장뿐만 아니라 쉐보레 마니아들마저도 잃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동례 한국지엠 쉐보레 명예홍보대사(한국부인회 인천지부 대표)는 "현대차와 비교할 때 한국지엠은 소비자와 꾸준히 소통하지 못했다. 울산만 가더라도 시민 대부분이 현대차를 탄다"며 "소비자가 외면하면 경영 정상화도 의미가 없다. 한국지엠이 어려울 때일수록 소비자 신뢰를 얻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신섭·신나영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