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호텔 수라상 장인들, 세계인 입맛 사로잡다
▲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 내 한식당 '수라'의 조홍수 셰프가 요리를 만들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수라'의 최은선 셰프.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궁중 오골계 초교탕.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인천 송도국제도시에는 현대적인 빌딩 속 고풍스런 전통미를 뽐내는 한옥호텔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한국 전통 음식을 복원·연구해 우리 음식의 맛과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경원재 한식당 수라의 최은선, 조홍수 셰프다. 이들은 한식의 세계화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 한옥호텔 식당의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또 호텔이 더이상 숙박과 식사만 하는 곳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음식과 문화를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한옥호텔 셰프로서 자부심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 한식당 '수라'의 최은선(35), 조홍수(39) 셰프는 한식의 깊은 맛과 양식의 플레이팅을 조합하는 핵심 인물이다.

최 셰프는 2007년부터 한식으로 한 길만 걸어오고 있는 한식 전문 셰프이며, 조 셰프는 2003년부터 조리계에 입문, 15년 경력으로 양식부터 한식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는 전문가다.

최 셰프는 "조리 입문 당시 조선호텔 이세희 명장에게 배운 한식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법의 메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식은 양식과 중식에 비해 고객 입맛을 맞추기 까다로운 편이기에 끈기와 자부심을 갖고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호텔 출신 여자 한식 조리사가 많이 없는 편"이라면서도, "조리 연구에 더욱 매진해 한식의 대를 이어 나갈 수 있는 주방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 셰프와 달리 조 셰프가 추구하는 조리 철학은 '컨템포러리 한식'이다.

조 셰프는 "한식을 현대인 입맛에 맞게 변형해 한식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다"며, "정통 한식에서 나아가 세계를 담는 한식을 만들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는 좋은 한정식집들이 주로 서울에만 집중돼 있다. 인천이 국제적인 마이스,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는데 경원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두 셰프는 올 상반기 중으로 프리미엄 다이닝 론칭도 준비중에 있다.

한식 조리장의 두 손과 양식 조리장의 두 손을 뜻하는 '4 Hands'라는 콘셉트로 퓨전한정식 고급 코스요리 형태가 될 예정이다.

▲전통음식의 우수성을 알리다
2018년 3월 어느날, 프랑스인 부부가 경원재에 투숙중 긴급히 호텔 직원을 찾았다.

남편은 "와이프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닭육수로 보양식을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고, 호텔 측은 한식 레스토랑 '수라'에서 막 개시하려던 메뉴 '궁중 오골계 초교탕' 만들어 대접했다.

아내는 음식의 국물까지 모두 비운 뒤 기력을 회복했고, 셰프를 직접 찾아와 "덕분에 상태가 호전돼 건강해진 느낌"이라며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갔다.

조 셰프는 그날의 일을 떠올리며 "소소한 일화이긴 하지만 호텔 셰프로서 뿌듯한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프랑스인 부부가 맛본 '궁중 오골계 초교탕'은 오골계와 도라지, 표고버섯, 미나리, 쪽파를 특제 양념에 무친 후 밀가루와 달걀에 버무려 끓인 음식이다.

당귀와 엄나무, 감초, 황기, 천궁, 인삼, 전복을 넣고 마지막에 한 번 더 끓이기 때문에 진한 국물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몸이 아플 때 닭 육수로 만든 음식을 먹곤하는 프랑스인에게 오골계와 각종 한약재를 넣고 끓인 초교탕은 더할 나위 없는 보양식이 된 셈이다.

'궁중 오골계 초교탕'은 올해 초 경원재의 총지배인 이하의 식음 부서장과 직원들이 직접 경북 영양을 찾아 벤치마킹해 만든 메뉴다.

조 셰프는 "340년 전 장계향 선생이 집필한 최초 한글 조리서 '음식 디미방'은 현재 경북 영양의 조귀분 종부가 그 맥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종부님으로부터 한옥호텔에서 선보이기 적합한 전통음식 레시피를 습득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전통의 맛을 살리되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고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레시피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수라는 '음식 디미방'을 벤치마킹해 도토리죽과 어만두, 당면 없이 고기를 버무려 만든 조선시대 정통의 잡채 메뉴 등을 곧 출시할 예정이다.

조 셰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한옥호텔이라는 자부심으로 전통음식을 계승하고 젊은 한식, 양식 조리장이 콜라보를 이뤄 현대인,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을 겸비한 세계 속 한식당
이들은 한국과 지역을 대표하는 신선한 식재료를 선정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조선향미'라는 품종의 쌀을 도입했는데, 찹쌀과 교배 개량해 구수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과 윤기를 부과한 것이 특징이다. 한식의 주 메뉴인 쌀을 보다 좋은 맛과 이미지로 외국인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

수라의 코스메뉴 요리에는 주로 인천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사용한다. 튀김요리의 옹진 속노랑 고구마와 잣소스로 무친 서해안 키조개 관자, 해초 멍게 비빔밥의 해초 등이 그것이다.

최 셰프는 "로컬푸드는 가까운 곳에서 바로 재료를 공수할 수 있어 신선하고 영양가 많은 식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며, 인천의 식재료를 소개하고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원재는 올해부터 전문화된 요리와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 셰프 실명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메뉴를 개발한 셰프의 이름과 사진을 요리 옆에 함께 게재하고, 개발 스토리와 배경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는 고객들이 음식에 대한 신뢰와 흥미를 갖고 접근하는 것은 물론, 셰프에게도 책임감을 갖고 정직하게 조리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셰프는 "짧은 기간 동안 경원재가 많은 관심과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어깨가 무겁기도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느껴진다"며 "더 많은 국내외 고객들이 경원재의 한식에 매료될 수 있도록 메뉴 개발과 연구에 정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 셰프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옥호텔로서 내국인들에게는 한국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외국인에게는 한국 전통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나영 기자 creamy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