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드 트랙터' 지원기업 자금력 부족으로 실패
'스텝카' 두 번 제작했으나 상용화하기엔 부족
2년여 전 인천항만공사(IPA)가 민간기업에 수억원을 투자해 이뤄진 친환경 야드 트랙터 개발 프로젝트가 사실상 '백지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IPA가 인천항에 친환경·첨단 기술을 도입한다는 명목 하에 민관공동투자 기술 개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예산 낭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IPA에 따르면 2013년 항만 자동화 설비 제조업체인 A사와 '무선 전력 전송 야드 트랙터' 개발을 추진했다.

야드 트랙터는 부두에서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항만 하역장비다.

IPA는 당시 경유를 사용하는 야드 트랙터의 연료를 '전기'로 전환하면 온실가스 저감과 항만 작업 효율화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이 사업은 '민관공동투자 기술 개발 프로젝트' 방식으로 이뤄졌다.

정부와 IPA가 2억2500만원씩 모두 4억5000만원을 A사에 지원했고, A사는 2015년 11월까지 24개월간 기술 개발을 진행했다.

그러나 A사는 이 기술을 최종 상용화하는 데 실패했다.

IPA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했으면 인천항에 전기 야드 트랙터를 도입할 수 있었는데, A사가 자금력이 부족해 결국 상용화를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민관공동투자 기술 개발 프로젝트로 추진된 크루즈용 승하선 장비 '스텝카'도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정부와 IPA는 특장차 제조업체인 B사에 총 4억9000만원을 투자했고, B사는 2015년 5월 시제품 형태의 스텝카를 완성했다.

이후 스텝카 사용 과정에서 안전성 문제가 노출되면서, IPA는 B사에 8억여원을 주고 문제점이 보완된 두 번째 스텝카를 제작했다.

그러나 이 스텝카 역시 완성작은 아니었다.

B사 관계자는 "첫 번째 스텝카는 안전 문제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고 두 번째 스텝카는 사용은 가능하지만 보완할 부분이 남아 있다"며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B사는 당초 스텝카를 상용화해 해외로 수출하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금까지 국내외를 통틀어 스텝카를 사용하는 곳은 인천항뿐이다.

IPA는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한 항만 관련 신기술을 단독 소유하려다가 실패한 전력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착탈식 방충재 고정장치' 등 신기술을 공동 발명한 C사에 개발비와 특허비용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IPA가 특허권 지분의 50%를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