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운동으로 촉발된 성평등 정책이 6·13 지방선거의 이슈로 떠올랐다. 인천의 15개 여성단체가 모여 '인천성평등정치네트워크'를 지난 12일 발족했다. 이 단체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성평등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성폭력 피해자 지원 등에 앞장서 줄 것을 주문했다. 여성단체들이 연대 기구를 만들고 지방선거에서 여성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조직적인 여성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그 귀추가 주목된다.

네트워크에 참여한 여성운동 단체들은 인천이 성평등 도시로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지방선거 캠페인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광역시장, 교육감 등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도 성평등에 대한 나름대로의 관심과 인식을 보여 왔으나 구체적이고 능동적인 선거 공약으로 채택하는 모양새는 부족했다. 후보들은 성평등과 관련하여 전담부서 신설, 사회적 인식 개선, 어린이 의식 제고 교육과정 운영, 성범죄 처벌강화 등 일반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했을 뿐이다. 그러나 '펜스룰'과 같이 또 다른 성별 격차가 발생하는 문제점 등을 분석할 수 있도록 현장에 들어가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폭력, 성희롱 등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이어져 온 구조적인 문제다. 따라서 학교교육의 역할은 매우 엄중하다. 하지만 학교에서 가르쳐지는 성평등 교육의 내용이 성 차별적인 구조 안에서 일부 남성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으므로 지속적인 탐색이 요구된다.

성평등은 저출산 현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성별임금격차는 OECD 평균보다 2배 이상으로 여전히 크게 나타나고 있다. 공공기관 여성임원 비율도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부평역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폭력 피해자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인천을 만들어야 한다. 이 외에도 여성 1인가구 주거복지 문제 등 고질적인 성평등 적폐를 해결할 수 있는 공약들이 달아오르길 기대한다. 특히 정치·교육계가 아동, 청소년, 노인 등 전생애에 걸쳐 올바른 성평등 인식과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민주시민 교육에 대한 정책 실현에 노력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