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공공기관은 물론 일선 학교에까지 만연한 것으로 속속 밝혀지면서 충격을 넘어 씁쓸함마저 준다.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이하 경공노총)이 소속 7개 공공기관을 조사한 결과 여직원을 성추행·성희롱한 건수가 50~9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평택 A재단 소속 여중·고에선 교사들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공노총은 현재 가해자 명단을 확보하고 있으며 피해 여성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평택 A재단 소속 여중·고에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 11명 중 1명을 직위해제하고, 나머지 10명은 수업에서 제외시켰다.

이 학교에서는 최근 미투와 관련해 재학생들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학생들을 상대로 일부 교사가 성추행과 성희롱을 저질렀다"는 폭로 글을 잇달아 올리자, 재학생 대상 익명 전수조사를 벌였다.

경공노총이 그제 발표한 '공공기관 성폭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30%(약 230명)가 성희롱·성추행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여성 직원의 54%(약 189명)가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이들 189명의 여성 피해자 가운데 30~50%는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실명을 거론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폭력 사례는 언어적 성희롱, 사생활 침해, 신체접촉, 관계요구 암시 등 광범하게 나타났다.

또한 사무실을 비롯해 업무, 회식, 출장, 식사 등 때와 장소에 무관하게 성추행이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가해자들은 같은 기관 내 상급자와 부서장 등 '절대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했다. 경기도청 업무 담당자와 관리자도 가해자로 지목됐다.

미국에서 2006년 시작하고 지난해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미투운동'은 우리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고 고발하는 것으로 그쳐선 안 된다.

진정한 양성평등을 실현하고 페미니즘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전개돼 더 이상 여성들이 고통을 받지 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미투운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