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개교 123년을 맞는 인천고등학교가 한국 근현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동문 137명을 기리는 '인천고 인물사'를 펴냈다. 전국 고교에서 동문 인물사를 펴내기는 인천고가 처음이다.

소설가·시인·학자·교수·언론인으로 구성된 편찬위원들은 지난 1년여간 일제강점기 신문기사는 물론 한국인물사와 언론사 DB를 포함해 국내 인물 자료를 샅샅이 뒤졌다. 국가기록원과 일본의 공문서 자료실까지 섭렵했다.

인천학 관련 어떤 자료집보다 내용과 형식면에서 충실해 앞으로 인천을 연구하는 자료로서 손색이 없다고 한다. 이 인물사 작업이야말로 고교 동창회사(史)에서 대단한 일이다.

'인천고 인물사'에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한국전쟁 참전, 근현대 산업·문화예술·체육 활동 등을 통해 족적을 남긴 인물이 대거 등장한다.

의열단 행동대원으로 활약한 이을규·정규 형제, 고종 어진을 그리며 한국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이당 김은호, 서울대 총장을 지낸 한국 경제학의 태두(泰斗) 신태환 박사 등 수두룩하다.

인물사 '하이라이트'는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초 비밀결사 활동을 하다 숨진 39회 졸업생들이다. 20여명이 학병과 창씨개명 반대 등을 전국에 확산시키려고 비밀결사를 조직했다가 붙잡혀 고문 끝에 4명이 광복도 보지 못한 채 옥사했다.

광복 후 20여명 중 10명이 정부에서 독립유공훈장을 받았다. 고교 동기동창 중 10명이 독립유공훈장을 받은 사례는 이들 외에 없다. 인천고 교정에는 이들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일제강점기 인천고에는 저항 정신으로 무장한 독립투사와 좌익계열 인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1895년 관립 한성외국어학교로 문을 연 인천고는 인천상업학교를 거쳐 1951년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개교 이래 올해까지 졸업생이 3만7000명을 넘는다. 이처럼 역사가 깊은 인천고는 학교 이름처럼 '인천을 대표하는 고교'로 자리를 잡았다.

오래되고 아름다운 전통을 지닌 인천고의 후학들이 '선배 인물'을 본받아 자부심을 갖고 사회 각 분야에서 우뚝 서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 나라에 크게 공헌할 수 있는 '인고인'으로 거듭났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