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 좋은 집. 요즘 값비싼 부동산 요건 중 1등 조건이다. 조망권이 곧 재산으로 연결되는 세상이다. 반대로 없는 형편에선 볕 들어올 창문 하나 끼고 살기 힘들다는 말도 된다.
임대료 낮은 고시원에서도 창문 없는 방, 빌라 중에서도 반지하는 주거 빈곤을 대표한다. 모두 창이 없거나 협소하다. 햇빛이 들지 않아 빨래 말릴 공간도 없다. 환기도 쉽지 않아 곰팡이가 낀다. 해가 뜨든 지든 상관 없이 온종일 조명을 켜놓아도 왠지 어두컴컴한 집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고시원 등을 전전하는 매우 불안정한 주거 환경에 놓인 가구는 2016년 기준 1만3246가구다. 반지하에서 생활하는 가구는 그보다 많은 2만1024가구다. 둘을 합하면 인천지역 전체 106만2828가구 가운데 3.2% 정도다. 인천 100가구 중 3가구는 낮은 임대료 때문에 조망권이 무시되는 집에서 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서울에서 고시원, 반지하가 청년세대 주거라면 인천에선 대부분 중년과 노년 인구 차지다. 위 통계에서 '고시원 등을 전전하는 1만3246가구' 중 40대 이상이 71.2%(9437가구)다. 노년기에 접어들거나 노년인 이들은 수익 구조가 나아질 확률이 청년보다 낮다. 창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햇빛, 환기가 부족한 거주지에서 건강상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도 모르는 채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조건을 말하는 '최저주거기준'에서 창문은 제외돼 있다. 방 면적, 부엌, 화장실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있지만 채광, 환기와 같은 질적인 면에는 세부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

해외에선 채광과 환기 관련 규정을 까다롭게 해놨다. 한 예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연방정부 등에서 제시한 'Model Housing Code'를 준용하고 있다. ▲거실과 바닥면적의 12분의 1 또는 0.9㎡ 이상의 창문면적 확보 ▲단층규모 주택에서 창문은 마당으로부터 일정규모의 채광 확보 등 세부 항목이 6가지에 이른다.
인천지역 한 자치단체 복지 관련 공무원은 "고시원, 반지하, 오래된 단층 주택에 사는 취약계층 중에선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수두룩하다"며 "하루종일 햇빛 한 번 쐴 수 있겠냐"고 말했다.

김원진 사회부 기자

/김원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