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의 한 화학 폐기물 처리 공장에서 폐염산·폐황산 등의 치명적인 유독물질들이 수개월째 방치돼 있었다고 한다. 이 공장은 더욱이 최근에도 유독물질 탱크가 폭발하거나 폐염산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인근 주민들과 근무자들은 때때로 새나오는 악취에 시달리는데다 언제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형 화재나 해난 사고만이 재앙이 아니다. 이런 위험을 방치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이 지역의 화학 폐기물 처리업체들은 그동안도 끊임없이 환경사고를 일으켜 왔다. 비 오는 날을 틈타 화학 폐기물을 인근 수로를 통해 흘려 보내는 등이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다. 유해 환경에 시달리고 다시 그 물을 정화하느라 시민세금을 퍼부어야 하는 악순환이다.

인천 서구청은 최근 인천 서구 석남동의 화학 폐기물 처리공장에 대한 현장 점검을 벌였다. 폐염산과 폐황산이 기약없이 방치돼 있다는 주민들의 제보를 받고서다. 공장 내부에는 25t 크기 탱크 10개가 있었고 폐염산과 폐황산이 들어있는 탱크는 녹이 슬어 있었다. 탱크 주변에는 5t가량의 슬러지도 쌓여있어 화학반응에 따라서는 화재나 폭발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지경이었다. 실제 이 공장에서는 2016년 5월에 유해물질 탱크가 폭발해 인근 공장에 13억원의 물적 피해를 끼치기도 했다. 또 작년 11월에도 폐염산이 유출되고 이달 초에는 저장 탱크와 방호벽 사이에서 염산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동안 인근 공장 직원들과 주민들은 악취에다 인명 피해를 우려해 수차례나 민원을 제기해 왔다고 한다. 바람이 불면 폐염산으로 인한 냄새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감독당국은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건가.

시민들의 안전에 치명적인 위해가 될 수도 있는 유독물질 관리가 이토록 허술하다니 걱정이다. 감독 당국은 뒤늦게 행정조치를 취하겠다지만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 동안의 여러가지 크나 큰 재해를 겪고서도 우리 사회는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늘 일이 터지고 나면 '인재'니 '안전 불감증'이니 호들갑을 떨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