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연한 10년 남기고 부식… 다양한 주장 제기
"매립지 염분 때문에 산화" "중질유 열 온도차"
에스오일(S-OIL) 배관 기름 유출 사고의 원인을 두고, 매립지 '염분'과 중질유를 굳지 않게 하기 위한 '열'이 배관 부식을 가속화했다는 전문가 주장이 제기됐다.

에스오일이 이번 사고를 땜질식으로 대처할 경우 또 다시 기름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것으로, 배관 전면 교체 등 근본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인천일보 3월6·9·14·15·16일자 19면>

19일 에스오일에 따르면 인천저유소 배관 기름 유출은 배관이 부식된 탓에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의문점은 배관의 내구연한이 10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부식이 생긴 점이다. 부식이 급속히 앞당겨진 데 어떤 영향이 미쳤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배관이 매설된 지점이 과거 바다를 매립해 조성된 구역이어서, 땅속 염분이 배관 부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한다.
김창균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염분이 배관 산화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며 "매립지가 많은 인천지역에선 염분에 의해 시설물이 부식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질유의 열이 부식을 촉진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름이 유출된 배관은 중질유 이송 배관이다. 중질유는 점성이 강한 원유여서 상온에선 굳어버리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배관 이송 시 충분한 열이 가해져야 한다. 즉, 끓는 상태에서 흐르는 중질유가 배관 내부에 높은 열을 가해 부식을 가속화했다는 것이다.

선박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중질유의 뜨거운 열이 배관 안팎의 온도 차를 일으키며 배관 부식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RDC)는 2013년 미 남부 아칸소주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원유 유출 사고를 두고 "중질 원유가 일반 원유에 비해 고온 상태에서 수송되기 때문에 송유관을 부식시킬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에스오일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주민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김흥수 전 연안동 주민자치위원장은 "기름 유출 사고가 난 지점 인근엔 주민 7000여명이 사는 아파트가 있다"며 "에스오일이 사고 원인 조사에 주민들을 참여시키고 배관 전면 교체 등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에스오일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며 부식 원인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박범준·정회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