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명 목숨으로 이어진 1000㎞ '저항의 다리'
▲ 고영훈 지음, 한국외대 지식출판원, 332쪽, 2만원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인도네시아는 '줄 풀린 진주 목걸이'라 불리며 세계 최대의 불교 유적지 보로부두르 사원을 건축했던 문명국이었다.

자바는 인도양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어서 지정학적으로 매우 유리한데다가, 아주 넓은 지역에 걸쳐 조공관계를 유지하면서 언제든지 군사적으로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으며 조선, 지도, 항해와 같은 기술적 요소도 매우 발달해 있었다. 따라서 장래 가능성을 본다면 스페인이나 포르투갈보다는 자바가 더 유리했다.

이러한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에게 식민통치를 받으면서 쇠락의 길로 빠져들었다. 근대화의 중요한 시기를 포함한 350년의 식민통치는 인도네시아의 지속가능했던 성장을 멈추게 만들었다. 이른바 '자바 우체부길'도 네덜란드 식민통치 정부가 그들의 식민통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건설한 도로다.

자바의 서쪽 끝 아냐르(Anyar)에서 동쪽 끝 빠나루깐(Panarukan)까지 1000㎞에 달한다. 이 도로는 1808년 당시 인도네시아를 통치하던 네덜란드 식민통치 정부 다엔델스(Herman Willem Daendels) 총독의 주도로 건설됐다. 새로 건설한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의 구간은 폭이 좁은 기존의 도로를 너비 7.5m의 왕복 2차선 도로로 보수한 것이다.

이 도로를 건설하면서 다엔델스 총독은 인도네시아인 1만2000명을 죽게 만들었다. 다엔델스는 단 시간 내에 공사를 끝내기 위하여 지역별로 작업을 할당하고 기한 내 작업량을 완수하지 못하는 구역의 책임자를 작업 구역의 나뭇가지에 매달아 죽였다. 해당 작업 구역의 책임자는 자신이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하여 휘하의 근로자들을 혹독하게 다그칠 수밖에 없었고 열대우림 지역에서의 무리한 부역은 많은 현지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2억6000만 인구의 자원부국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교역 및 투자대상국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11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신 남방정책'을 발표하고 아세안(ASEAN) 관계를 4강국 수준으로 격상한 것도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국가의 중요성을 인식한 데에서 비롯됐다.

이 책은 인도네시아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저자인 고영훈 교수는 인도네시아를 전공한 학자로 자바 우체부길 1000㎞를 돌아보며 '저항'이라는 키워드로 인도네시아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다. 단순히 문화유산을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도네시아학 입문 40년간 자신이 느꼈던 모든 것을 이 책에 녹여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