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여파' 올해 중국발·경유 5척 기항 취소
속초·여수항 인프라 키워 '집안싸움 불가피'
▲ 오는 25일 미국 크루즈선사 셀러버리티 크루즈의 '밀레니엄' 호(9만t급)가 인천항에 입항한다. 당초 10일로 예정됐던 '퀀텀 오브 더 시즈' 호의 기항이 취소되면서 밀레니엄 호가 올해 인천항에 들어오는 첫 크루즈선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최악의 실적을 낸 인천항 크루즈산업이 올해도 사드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강원도 속초항과 전남 여수항 등이 크루즈 인프라를 키우면서, 크루즈 유치를 두고 다른 해양도시들과 출혈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인천항이 이런 위기를 벗어나 전 세계에서 각광받는 크루즈 기항지로 거듭나려면, 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 크루즈 관광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16만t급 대형 크루즈선 '퀀텀 오브 더 시즈' 호가 이달 10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인천항에 입항할 예정이었다.

IPA는 약 1만명의 중국인이 이 크루즈선을 타고 인천항을 관광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올해 초 선사 측에서 인천항 기항 취소를 통보하면서 대규모 중국인 방문도 없던 일이 됐다.

IPA는 이를 두고 중국 크루즈 시장에 여전히 사드 여파가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발 크루즈선뿐 아니라 올해 인천항 기항을 앞뒀던 '노르웨지안 주얼' 호 등 월드 와이드 크루즈선 3척의 기항이 취소된 것도 사드 영향 때문이라는 게 IPA의 설명이다.

월드 와이드 크루즈선의 경우 대부분 중국을 경유하는데, 중국 쪽에서 한국에 들르는 것을 기피하면서 기항 취소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올해 인천항 크루즈 실적은 26척에서 21척으로 급감하게 됐다.

당장 크루즈 유치를 하더라도 실제 배가 기항하는 데 1년 반에서 2년 정도 소요되는 크루즈 특성을 감안했을 때, 올해 크루즈 실적은 17척을 기록했던 지난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5년간 연간 최대 95척의 실적을 냈던 인천항 크루즈산업은 지난해 사드 여파로 76척 중 59척이 기항을 취소하는 최악의 상황을 겪은 바 있다.

2016년 2만9906명, 1350억원을 기록한 크루즈 여객 수·지역 경제 기여분이 무려 80% 이상 급감했다.

이런 상황 속에 IPA는 오는 10월 준공되는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이 크루즈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장밋빛 청사진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해양도시에서도 크루즈산업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크루즈 유치를 두고 집안싸움을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강원도 속초항은 지난해 9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국제크루즈터미널이 준공돼 10만t급 크루즈 선박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올해 8월까지 16만t급 대형 크루즈가 접안할 수 있도록 부두 기능이 확충된다.

전남 여수신항도 크루즈 부두 확장 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인천항보다 크루즈산업 규모가 큰 부산항과 제주항도 크루즈 시장 다변화에 나서 인천항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IPA는 인천항의 지리적 강점을 살려 북중국·플라잉 크루즈를 유치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인천항이 세계적 크루즈 기항지로 거듭나기 위해선 수준 높은 크루즈 관광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는 게 크루즈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백현 롯데관광개발 대표이사는 "크루즈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크루즈 관광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