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국 논설위원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들어오고 나간 길은 '경의선' 육로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예술단과 응원단이 오간 통로 역시 같은 길이었다.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499km의 경의선은 1906년 개통했으나 6.25전쟁으로 한 가운데가 끊어진다. 다시 길이 놓인 때는 2003년 10월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에 따라 그 해 9월 공사를 재개해 3년 만에 완공하기 전까지, 반세기동안 경의선 길은 수풀로 뒤덮여 있었다.
경의선 공사 전 과정을 기록한 사람은 인천 소래 출신 사진가 최병관이다. 지뢰제거에서부터 지반공사, 전리품 수거 등 짧은 기간 동안 무수한 '분단의 사연'이 그의 카메라에 담겼다. 뉴욕 UN본부에서 우리나라 사진가로서는 최초로 사진전을 가졌고 DMZ사진가로 잘 알려졌지만, 사실 그의 작품세계는 다큐보다는 비구상에 더 가깝다. 그 어떤 그림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색감과 아우라(Aura), 내밀한 삶의 이야기가 그의 작품 속에 살아 숨 쉰다.
그는 매일 새벽 카메라가방을 짊어지고 세상으로 나간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같은 장소를 수백 번씩 찾아가는 것은 예사. 그의 작품은 오로지 손끝과 깊은 눈에서만 탄생한다. 색보정이나 트리밍 등 그 어떤 보정도 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NBC와 UPI, 일본 아사히신문 등 세계 유수의 통신·언론사들이 평창올림픽 개최 기간 강릉시립미술관에서 연 DMZ사진전을 비중 있게 보도한 것은 이 같은 최병관의 진가를 알아봤기 때문이다.
다큐와 비구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최 사진가의 사진엔 통일의 염원, 인간의 근원적 소망이 담겨 있다. 그의 작품은 말한다. 반 토막 난 조국은 너무 아프다, 통일을 이룰 때 우린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세상을 비로소 조우할 것이라고.
그의 깊은 시선처럼 한반도 통일은 감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통일비용과 남북의 문화적 이질감 등 당장의 어려움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자원·노동력이 결합할 때 우리는 더 강하고 더 좋은 국가로 설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지난 5일~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등 남북의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최 사진가의 사진이 던지는 메시지처럼, DMZ과 경의선으로 남북한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