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 보고서, 원형지 팔릴 가능성 낮아 '산업단지 조성 판매' 제안
제언 무시한 IPA "인허가 승인 2년 넘게 걸려 그대로 판 것" 변명
인천항만공사(IPA)가 북인천복합단지 매각 추진의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으로 드러났다.

직접 산업단지로 조성해 판매하는 방안 등 전문가 제언은 무시한 채, 매각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한 원형지 매각 방식을 2년 넘게 고집해 온 것이다.

5일 IPA가 발주한 '북인천복합단지 매각 추진 전략 수립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준설토 투기장인 북인천복합단지를 원형지 그대로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 '매각이 신속히 추진될 수 있으나, 팔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 나왔다.

82만8000㎡ 규모로 부지가 워낙 넓은데다 공유수면 매립법 탓에 토지 사용에 제한이 있어 투자자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보고서는 IPA가 북인천복합단지를 산업단지로 조성해 매각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2015년 7월 1억2000만원 상당의 용역을 발주, 이듬해 2월 용역 수행자인 삼일회계법인이 완성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IPA는 2개월 뒤 보고서를 무시하고 공개경쟁입찰 방식의 북인천복합단지 매각을 추진하는 등 지금까지 9차례에 걸쳐 원형지 매각을 시도했다.

보고서 예상대로 모든 입찰은 유찰로 끝났다.

보고서는 원형지 매각 방식보다 오히려 산업단지 인허가 조건부 매각 방안이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제언했다.

산업단지 조건부 매각 안은 IPA가 민간과 함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법과 IPA가 산업단지 인허가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투자자 모집이 쉬워 매각 가능성이 높고 토지 매각 가치가 상승한다는 점이 두 방식의 공통된 장점이다.

여기에 SPC 설립의 경우 IPA가 지분 참여로 개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두 방식 모두 인허가 부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위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현재 북인천복합단지는 2030년 인천도시기본계획상 시가화예정용지(도시 발전에 대비한 공간)로, 인천시 도시관리계획상엔 계획 미수립 지역으로 각각 지정된 상태다.

북인천복합단지 개발 방향으론 인천북항 배후단지로 개발·운영해 고부가가치 창출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것을 제안했다.

개발사업엔 공사비 1240억원을 포함해 총 475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단지 조성과 건물 신축에 따라 생산유발효과는 1조5963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5076억원, 고용유발효과는 4194명, 취업유발효과는 5687명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IPA 관계자는 "산업단지 인허가 조건부 매각 방식은 인허가를 받는 데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문제가 있다"며 "게다가 당시 부채 감축과 인천신항 개발과 맞물려 불가피하게 원형지 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