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장관이 최근 "한·미 연합군사훈련 일정은 다음달 18일 패럴림픽이 끝난 뒤 양국이 공동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으로 인해 연기돼 있는 상태인 연합훈련에 대해 그간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는 애매모호한 입장이 전부였다. 그에 비하면 이번 발언은 그나마 정부의 책임있는 답변이다. 송 장관은 또 이같은 우리측 제안에 대해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국회에서 "한·미 군사당국 간에 군사훈련을 재개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반대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다. 한·미동맹의 표상과도 같은 연합군사훈련은 그 어떤 명목으로도 흥정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하면서 도를 넘는 성급한 주장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더 늦추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여권 일부에서는 공격적 훈련 프로그램을 방어훈련으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수위와 규모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도 있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갑작스레 진전된 남북간 분위기는 그 자체가 북측의 전략·전술적 전환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남북 정상이 곧 만나 북핵이 포기되고 동북아의 평화가 실현되는 그림을 상상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전략을 단계적으로 펴고 있다. 북한의 궁극적 목적은 핵을 지렛대로 해서 미국이 한반도에서 손을 떼게 하는 것이다. 지금도 북한은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이 마련되는가, 못 되는가는 미국이 전쟁연습을 중지하는가, 마는가에 달려 있다"고 협박한다.

이 엄중한 사태에 맞서 국가안보는 그 어느 가치보다 앞서야 한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그 해법은 더 단순해야 한다. 즉 한·미동맹을 한층 더 굳건히 유지하면서 매의 눈으로 변화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다. 북측의 피상적인 변화에 고무돼 우리 스스로 우리 발밑을 파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핵포기가 실현됐을 때에나 검토의 대상이 될까 말까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