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성남담당 부장
이재명 성남시장이 약속한 시민배당이 6월 지방선거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 시장은 대장동 택지개발사업으로 얻은 이익금 5503억원 중 1822억원을 시민에게 나눠주겠다고 했다. 배당이 실현되면 시민 1인당 18만원(지역상품권)씩 받게 된다. 이 시장은 "시민들의 권한으로 발생한 이익을 그들에게 직접 돌려주는 방안이 배당"이라며 "세금이 아닌 '불로소득'을 재원으로 하고, 다른 부분에 쓰고 남는 돈을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민배당은 여야 정치권과 시민단체에 뭇매를 맞고 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택지개발 수익금을 시민들에게 배당하겠다는 데에 많은 걱정을 하게 된다. 이 시장이 재임 중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후임 시장이 결정해야 할 사안인 데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비판했다. 같은 당 양기대 광명시장도 "1822억원은 애초 국민임대주택(1200가구) 부지 매입비다. 이 시장은 이런 약속을 뒤집고 느닷없이 시민배당을 하겠다고 했다. 선거용 선심정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성남시의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포퓰리즘이라며 반발하고 나섰고, 시민단체도 공원녹지를 매입하는 게 더 급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시민배당은 법적으로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이른바 '성남시 3대 무상복지사업'과는 달리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시민배당이 지속사업이 아니라 1회성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은 주민 복지증진에 관한 사무를 자치단체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시민배당은 조례 제정 등 절차를 밟은 뒤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성남시의회에는 자유한국당이 다수당이다.

이 시장은 6월 경기지사 선거에 나서기로 마음을 굳혔다. 선거법상 선거일 90일 전인 다음달 15일까지는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남은 임기는 20여 일에 불과하다. 추진 일정이 빠듯하다. 시민배당이 확정되더라도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 시장은 청년배당 등 기본소득 개념에 가까운 정책을 우리 사회에 처음 시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도 이 시장은 민감한 사안인 시민배당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쑥 제기했다. 시민의견 수렴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민과 소통·공감이 없으면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