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이 수원시를 떠나게 됐다. 2013년 수원시가 '모셔'온 뒤 5년 만이다. 수원시가 고은 시인에게 들인 공은 상당하다. 200억대 부지를 빌려줬고, 해마다 1000만원 웃도는 전기료와 상하수도 요금도 지원했다. 시인의 이름을 딴 '고은문학관' 건립도 추진 중이다.
고은 시인 퇴거에 대한 고은재단의 공식 입장은 지난 해 5월 불거진 주민들과의 갈등에서 나왔다. 더 이상 수원시에 누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도 곁들였다. 재단의 설명대로 시인은 주민과의 갈등에 불편해 했으며, 언제고 떠나겠다는 생각을 굳힌 건 사실로 보인다. 그런데도 설 연휴 중 서둘러 퇴거 방침을 내놓게 된 데에는 아무래도 최근 불거진 문단 성추행 문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터이다.

비슷한 일은 강원도 화천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주인공은 소설가 이외수다. 이외수는 2006년 화천군 감성마을에 입주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12년째다. 하지만 그의 화천군 생활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막말논란'이 지역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화천군 역시 감성마을에 약 133억원을 투자했으며, 매년 2억원 남짓 예산을 집행한다. 올해 예산 규모 2890억원 정도인 자치단체로서는 큰 공을 들인 셈이다. 예상컨대, 화천시 이외수 작가도 오래 머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화천군과의 갈등이 깊은 데다, 고향인 경남 함양군이 집필공간까지 마련하고 그의 귀향을 고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와 화천군의 사례는 전형적인 '스타마케팅'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스타'의 영향력과 인기에 힘입어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자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스타'의 명성과 인기 이면에 있기 마련인 위험요소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역사회와 직접적으로 아무 관계없는 '스타 모셔오기'에 대한 주민들의 시각도 마냥 호의적이지만은 아닌 시대라는 점도 고려해야 했다.
결국 두 도시 사례는 스타마케팅의 역설, 즉 스타의 후광에 기대려 하지 말고 스타를 키우는 게 정설이란 것을 입증해 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