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인천대 주임교수
해양박물관은 어떤 곳인가? 우선 그곳에 가면 바다와 관련한 동식물이 있다. 갯벌 생물들에 대한 생태환경도 학습하고, 선박과 항만 관련 유물과 역사적 자료를 확인함으로써 해양과 밀접한 호기심을 풀어주는 교육과 체험의 공간이다. 그러면 인천은 어떤 곳인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량이 사는 수도권 인구 2500만명을 배후에 둔 항구 도시이며 아름다운 섬을 168개(유인도 32, 무인도 128, 연륙도 8)나 보유하고 있다. 밀물과 썰물로 인해 형성된 갯벌이 지천에 깔려 있는 해양생태를 가까이서 체험하기 좋은 곳이다. 또한 경인철도, 경인고속도로, 팔미도 등대, 주안 천일염전, 내항 컨테이너 전용부두 등 국내에서 항만과 교통이 처음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근대화 역사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다.

이렇게 유서 깊은 항만 도시에 부끄럽게도 해양을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는 해양박물관이 없다. 거슬러 올라가면 인천에서 해양박물관을 추진한 역사는 2002년부터다. 해양박물관 설립을 위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정부주도 사업으로 추진했으나, 2003년에 부산으로 결정되고 말았다. 인천은 경제성 미흡으로 당시 기획예산처가 불가판정한 이후 2004년에 인천시가 138만명의 시민서명을 받아 중앙에 설립건의를 요구하면서 재점화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수립용역 3회, 행안부의 중앙투융자심사 부결 5회 등 고난의 역사가 15년 이상 된 사건(?) 중 하나다. 여기에 인천지역 정치권마저 힘을 더해주지 못하고 2009년 당정협의회에서 해양박물관 추진을 보류하고 인천상륙작전 기념공원화 사업으로 변경하도록 건의됐다.

주된 이유는 월미도 관문매립지의 경우 부지가 작아 해양박물관 규모를 키워 접근성이 양호한 곳에 설치하고 현 부지는 인천상륙작전 기념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해양박물관 설립을 위한 부지를 조성하기 위해 2010년에 월미도 갑문지구 친수공간 부지를 항만공사에서 매립을 완료하고 인천시에 부지매입 비용으로 136억원을 청구했으나, 시 재정 등의 사정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던 중 2016년 부지비용 문제가 해결됐다. 그해 6월 인천발전연구원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공동으로 해양박물관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실시한 결과 비용대비 편익율(BC분석)이 1.2로 경제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인천해양박물관 사업은 그동안 표류되어 오다가 최근 인천의 해양 역사와 교육적 공간의 필요성을 재인식하면서 월미도 갑문매립지(2만7335㎡)에 지상 4층 규모로 총 1315억원을 들여 2023년까지 건립하기로 결정되었다. 이제는 시민들의 참여 열정과 협조, 그리고 중앙부처 결정만이 남았다. 앞서 밝혔듯이 2002년부터 해양박물관을 유치하기 위해 15년 이상의 긴 세월이 흘렀다. 필자는 건립초기에 업무를 직접 담당했던 공직자로서 인천국립해양박물관이 설립된다는 사실에 가슴 벅찬 희열을 느낀다. 당시 해양박물관이 해양에 대한 수도권 주민들의 알 권리 충족보다 중앙정부의 지역논리에 밀려 부산에 이어 여수로 결정되고, 여러가지 이유로 힘 빠졌던 사업이 종지부를 찍고 해양에 관한 시민들의 교육과 체험의 공간으로 탄생될 날이 바로 눈 앞에 와 있다. 일단 기재부로 공은 넘어갔다. 시민의 염원이 담긴 해양박물관 건립 예비타당성조사가 오는 8월 있는데, 꼭 통과되어야 한다. 그동안 기다려준 인천시민뿐만 아니라 수도권 주민들에게 가까운 항구도시 인천에 가서 갯벌과 해양 관련 동식물 등 해양생태와 해양자원 중요성을 인식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시민 모두 힘을 모아 특화된 박물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해양박물관에 교육적 차원의 자료나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 그리고 과거 수산활동을 하던 개인 소장품이나 기업에서 사용했던 항만장비·용기 등을 범시민운동차원에서 기꺼이 기증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학생들이 해양박물관에서 해양 생태와 산업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해양에 대한 동경심을 품고 도전하는 미래 해양과학자, 해양학도, 해양기술자의 꿈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과거 뜨거운 열정으로 서명운동에 참여했던 마음으로 돌아가 인천시와 인천해양수산청, 항만공사, 항만관련 업·단체, 정치권, 언론기관, 시민 등 모두 한마음으로 뭉쳐 동참해 주길 바란다. 이러한 의지가 중앙정부에 전달될 때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에 대한 당위성 명분은 더욱 강조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