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재발방지 약속·합격 취소했으나 일주일 만에 11명 다시 채용 '파문'
하남시가 '부정청탁' 명단에 적힌 23명의 산불감시원의 합격을 취소한 뒤 곧바로 다시 11명을 채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인천일보 1월25일자 19면>

오수봉 시장이 머리 숙이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시민과의 약속을 뒤집은 셈이다.

18일 시에 따르면 지난 1일자로 31명의 산불감시원 합격 명단을 발표했고, 이들은 5일부터 근무에 들어갔다.

합격자 31명 중에는 '부정청탁' 명단에 오른 11명도 포함됐다.

지난 1월22일 산불감시원 채용시험을 총괄한 시 공원녹지과 직원의 양심고백으로 '부정청탁' 사실이 드러났다. 상급자인 과장, 팀장으로부터 건네받은 명단에는 23명의 이름이 적혔고 이들 모두를 포함해 31명을 최종 합격시켰다는 내용이었다.

직원의 양심고백에 하남시 공직사회는 발칵 뒤집혔고, 급기야 오수봉 시장이 24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진화에 나섰다. 오 시장은 "시정의 책임자로 최근 산불감시원 채용과정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시민과 응시한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깊은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
이어 "자체 조사결과, 부정청탁과 연관된 것으로 확인된 담당 과장과 팀장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문책해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직사회의 경각심을 고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는 오 시장의 사과 일주일 만에 '부정청탁'으로 합격이 취소된 11명을 다시 채용했다. 재공고가 아닌 '부정청탁' 23명을 포함한 기존 응시자 61명 가운데 다시 31명을 추렸다는 이야기다. 재심사를 하더라도 부정청탁자들을 배제하는 통상적인 절차마저 어긴 셈이다.

이에 대해 시는 산불감시원이 근무해야 할 날짜가 2월1일이어서, 채용 재공고 대신 기존 지원자 중에서 선발했다는 군색한 해명을 늘어놓고 있다.

시 관계자는 "채용 재공고를 할 경우 다른 응시자가 몰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변호사의 자문에 따라 불합격자와 합격 취소자 전원을 대상으로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다시 선발했다"고 밝혔다.

결국 부정청탁자들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특히 이번 일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까지 거론되고 있다. 실제 하남시는 '2018 산불감시원 기간제근로자 채용공고' 유의사항에 '김영란법 제5조에 의거 부정청탁을 할 경우 채용 취소됩니다'라는 규정을 못 박아 김영란법 위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편 경찰은 공원녹지과를 압수수색하고 관계자를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남=장은기 기자 50eunki@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