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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용 칼럼[인천의 재정논쟁, 바라보기 민망하다

홍익경제연구소장

2018년 02월 19일 00:05 월요일
노상 투기판에서 대박의 꿈이나 좇고 허랑방탕(虛浪放蕩)으로 빚에 얹혀 살아가던 한 가장(家長)이 어느 날 문득 가족들을 둘러 앉혀놓고 호기롭게 선언을 한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숨 막히는 빚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저 앞 냇가의 논은 다 팔았고, 그 옆에 특용작물 해본다고 내 아버지가 언제 적에 사놓았던 땅 뙈기도 다 팔았지. 맏이 너 사업자금 한다고 은행하고 얘기하던 거는 그냥 없던 걸로 하기로 했고, 둘째 시집 갈 때 쓰려고 들었던 적금은 더 붓기도 힘들고 해서 깼다. 이 집도 좀 줄여가려고 내놨는데 임자가 곧 나타날 거야. 그래가지고 이 빚 저 빚 급한 것 좀 갚았으니까 이제 집안이 좀 살 만해진 거지." 그렇게 말을 끝낸 가장은 주섬주섬 땅 판 돈, 적금 깬 돈을 챙겨들고는 비트코인 하러 간다고 나가버렸다.
요즘 인천시의 재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을 지켜보며 첫 번에 떠오르는 생각이 이렇다. 온통 거리에 보기 민망스런 플래카드까지 내걸어가며 벌이는 다음 번 인천시장 후보를 자임하는 인사들의 논쟁수준이 이렇다면, 걱정이다. 어째 이럴 수가 있을까?

물론 300만 인구의 살림살이를 일개 가정사에 비유하는 데에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수입과 지출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구조 자체가 다르고 신용과 담보력을 확보하는 방법에도 큰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도 미래에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한 선택과 집행의 의사결정구조 자체가 서로 같기 어렵다. 이렇게 재정과 가정의 살림은 다르다는 쪽만을 강조하다 보면 아마도 일반 시민들에게 재정이라는 분야는 '전문가 외 출입금지 구역'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재정 또한 수입을 만들고 그것을 풀어쓰면서 한 집단의 경제적인 효용과 행복, 그리고 그러한 가치의 기초가 되는 안전성과 안정성(소위 지속가능성)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데에서 한 가정의 살림살이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주체가 무엇이냐에 상관없이 모든 재무적 활동 속에는 '계획의 과학성'과 '통제의 공개성'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이 동일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소득의 확보와 그의 지출은 어느 분야에서라도 과학적이고 슬기로워야 하는 것이거니와, 동시에, 잠시라도 적정한 감시와 통제를 벗어날 때 순식간에 사고를 내고 만다는 점에서 어떤 회계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요즘 진행되는 인천 재정의 정상화 논쟁은 무언가? 빚을 얼마를 갚은 것이 사실이냐 아니냐, 부채비율이 낮아진 것이 누구 능력 덕분이냐, 재정위기 지방자치단체 지정을 벗어 난 것이 사실이냐 아니냐, 원래 그 부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둥…. 사실상 재정의 건강성에 관한 본질적인 논리와는 궤를 벗어나서 오로지 자신들의 힘자랑과 숫자놀음으로 날을 새고 있는 것 같다. 언필칭 많은 행정의 경력과 나라살림까지 살아봤다는 지식과 경험을 자랑삼는 인재들의 논쟁이라고 보기에 민망스럽다.

어떤 재정의 주체라도, 살림을 하다보면 빚을 질 수도 있고 심지어는 반드시 빚을 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단순히 빚의 존재나 그 크기가 재정의 건강성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빚을 지고, 다시 갚기 위한 의사결정과정이 과학적이고 공개적인가, 그에 대한 통제는 민주적으로 적정한가 하는 것이 그 재정주체의 신용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지정하는 재정의 부채비율 한도라는 것도 이러한 기준에 따라 일반적인 평가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천 재정의 근본적인 문제는 부채의 총액에 관한 것이 아니고, 어떻게, 왜 그러한 부채를 부담해야 하는지, 면밀한 판단을 거쳤으며 관리계획은 적정한지, 그러한 결정과 실행과정들은 적절하게 통제되고 있는지가 문제로 지적되어 왔던 것들이다. 실제로 인천시의 엄청난 부채들은 대개 인천시나 그 산하 공기업들의 의사결정과정의 독재적인 폐쇄성과 감시와 통제기능의 부재에서 비롯한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던 것이 아닌가.

당연하게도 인천의 재정이 정상화되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이제 그러한 요인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펼쳐 보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재정 지출계획이 밀실에서 창졸간에 결정되는 일이 있을 수 없고 재정의 수혜자들에 대한 특혜를 수반하는 정실약정들은 모두 사라졌다라는 사실을 시민들이 믿을 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모든 재정계획에는 믿을 만한 경제성 분석과 재무분석이 선행되어야 하고, 재정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재정 공개의 수단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앞의 못난이 가장이 삶에 대한 자세를 과학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그리고 그 가족들이 그를 통제하지 못하는 한 그 살림이 나아질 길이 있겠는가. 아버지에게 돈 뜯어내는 힘만 자랑한다면 재정자립도만 망가지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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