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애 올터 두부고을 사장, 20년 동안 어려운 이웃에 위로·희망 건네
"봉사요? 봉사도 중독입니다. 끼니를 거르면 배가 고프듯이 하던 봉사를 쉬면 몸이 근질대고 무엇인가 빼먹은 듯 공허함을 느끼는걸 보면 저 봉사중독 맞죠?"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시작해서 잠이 들때까지 나보다는 남을 생각하고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재미에 푹빠진 고양시의 '올터 두부고을' 안정애(63) 사장.

안 사장은 IMF가 한창이던 98년 성사동에 작은 두부전문 음식점을 시작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불경기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런 그가 인고의 시간을 이기게 해준 것은 바로 지인들과 이웃들이 있어 오늘이 있을수 있다고 한다.

장사를 하면서 힘들지만 짬을 내 라이온스 활동, 새마을부녀회, 수역이마을 자치회 봉사, 학교 운영위원 등 봉사라는 이름이 있는 곳에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 다녔다.

"저도 어렵지만 돌아보니 저의 어려움은 그저 사치일뿐"이라며 "작은 손이지만 그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는지 봉사는 저에게 새로운 희망과 꿈을 선물한 소중한 인연"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안 사장의 평소 성품을 알던 사람들이 알음 알음 가게를 찾기 시작하면서 가게도 점차 활기를 띠게 되면서 이제는 제법 직원 수도 있고 어엿한 사장 명함을 갖게 됐다.

장사가 활기를 띠자 그동안 노력 봉사에 머물던 안 사장은 기부로 또 다른 봉사의 방향을 전환했다.

자신이 어릴 적 잠깐 다니던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를 찾아가 장학금을 전달하는가 하면 운영위원으로 있는 고등학교와 연세대에 정기적으로 후학양성을 위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지역 복지시설의 정기후원은 이미 오래된 일.

그동안 안 사장이 지원한 후원액은 억대가 넘지만 그는 그 액수를 기억하지 않는다.

안 사장은 "봉사던 후원이던 뒤를 돌아보고 기억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봉사를 하는 그 순간 행복하고 또 다른 내일을 생각하면 그걸로 제가 하는 일은 맺음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안 사장에게 몇백시간, 몇천시간 등의 봉사시간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한편 동전 모으길 좋아한 안 사장은 한 복지시설에 계신 분에게 모은 동전으로 한복을 맞춰드렸는데 그분이 "결혼도 못한 내가 평생 입어보지도 못한 한복이 내게 생기다니 꿈만 같다"며 눈물을 흘려 가슴이 뭉클한 봉사였다고 말했다.

또 아들의 결혼식에 들어온 축의금 전액을 결혼식장에서 아들과 함께 장애인 단체에 기부한 것은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마을 구석구석과 복지시설을 다니며 땀흘리는 봉사에서 장학금과 후원금, 이제는 장기기증까지 안 사장의 헌신적인 봉사는 끝이 없다.

"돈이요? 죽을 때 싸가지고 갈 거 아니잖아요? 그리고 어차피 죽을 몸인데 나로 인해 또 한 생명이 살아난다면 그보다 의미있는 실천이 또 있을까요?"

죽는 날까지 몸으로 봉사를 약속한 안정애 사장, 그의 환한 웃음과 지치지 않는 발걸음에 오늘도 하늘은 쾌청하다.

/고양=김은섭 기자 kime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