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수 교육학 박사·인하대 겸임교수
얼마 전 '제4차 산업혁명과 자녀교육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한 강연이 끝나자마자 필자에게 학부모 한 분이 성큼 다가왔다. "우리 아이는 고 1학년인데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도통 관심도 없고 무기력합니다. 걱정이에요. 부모마음은 무조건 대학을 보내고 싶죠. 근데 대학 가서 무엇을 전공해야 하고 무슨 직업을 가져야 할까요? 우리 아이가 아무 생각도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냥 학교만 다니고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질문도 함께 하였다. "근데요, 제4차 산업혁명이 오고 있는데, 우리 아이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됩니다" 질문은 받은 필자는 학부모에게 "그럼 자녀가 무슨 직업을 갖기를 바라냐?"고 물었다. 그 학부모는 "우리 아이는 아직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다는 꿈도 없고 직업도 없어요. 이번 기회에 박사님이 좀 괜찮은 직업, 유망한 직업이 있다면 추천 좀 해 주세요."라고 답했다.
어쩌면 많은 학부모가 으레 하는 질문일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과 함께 학부모들은 대입에 신경을 쓰랴, 앞으로 미래 직업까지 고민하랴 머릿속이 당연히 복잡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와 네트워크로 모든것이 연결되고 융합되면서 더 지능적인 사회로 변화하고 있음을 말한다. 그러면 제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산업혁명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기술과 노동간 긴장을 초래했고, 일자리와 직업세계에 미칠 영향일 수도 있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직업종사자의 업무 수행 능력 중 12.5%는 AI·로봇으로 대체가능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 비율은 2020년에는 41.3%, 2025년에는 70.6%까지 상승해 1600만개 일자리를 AI·로봇에 내줄 수도 있다고 한다. 한편 미국 백악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AI 능력의 가속화가 인간의 생계수단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단순노동 일자리부터 대체하면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제4차 산업혁명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인가?

교육이 해야 할 일이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니 만큼 제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교육이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인재상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는 풍부한 지식과 정보를 암기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새로운 상황에서 적응을 잘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이어야 한다. 역량에 대한 논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DeSeCo(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es) 프로젝트(1997-2003)에서 논의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OECD PISA에서 지식평가가 아니라, 역량평가가 도입되면서 교육계에서 역량에 대한 관심은 고조되었다. 최근에는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등 거의 모든 나라들에 학교 교육과정을 역량 기반으로 개발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을 구현하기 위해 학교 교육 전 과정을 통해 중점적으로 기르고자 하는 핵심 역량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미래사회에서 갖추어야 할 역량은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알고 습득하는 게 아니라 이들을 적극 활용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인성적 특성이라고 한다. 필자가 진로교육 현장에서 사업을 한 지 벌써 7년째다. 매년 150여개 학교에서 4만~5만명의 학생들을 만난다.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는 교육의 주안점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행복하게 꿈을 꾸게 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갖게 하며 다른 사람들과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교육이냐"이다.
느리지만 교육현장에서 변화는 분명 있다. 온 동네가 함께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공동체 힘을 발휘하고, 참여형 교육과정을 개발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도 다양한 콘텐츠 프로그램 마련이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 지자체와 교육청, 대학, 민간이 함께 온 마을이 하나의 학교로 되어 함께 협업을 통해 활발하게 아이디어를 내 교육현장에 발현될 수 있는 움직임이 많아졌으면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아이들이 자기 진로를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힘을 키워주는 긍정적 원동력(삶의 터전)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