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방 어우러진 '인술' … 건강한 인천 만드는 지름길"
▲ 황병천 '제21대 인천한의사회 회장' 당선자는 말 그대로 '사람을 살리고 병을 고치는 어진 기술'인 '인술'을 실천하는 한의사다. 오는 4월 임기를 시작하는 황 회장은 3년의 임기동안 저출산 고령화 사회대책, 공공의료분야 참여, 어르신건강증진 사업을 통해 건강한 인천,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좀 어떠세요?"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선생님. 저는 여기를 와야 아픈 데가 사라져요."

흰 가운을 입은 한의사의 질문에 50대 환자가 밝은 표정으로 화답한다.
"다행이네요. 그래도 일주일 정도는 무리하지 마시고 관리 잘 하셔야 합니다."

한의사가 환자의 치료 부위에 골고루 침을 놓으며 '다정한 주의'를 주자 환자의 얼굴에 선홍빛 혈색이 감돈다.

황병천(52) '학익한의원(인천시 남구 매소홀로 446)' 원장이 지난 10일 치러진 대한한의사협회 인천광역시한의사회(이하 인천한의사회) 선거에서 97%의 높은 지지율로 제21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황 회장은 오는 4월1일 임기를 시작, 3년간 인천한의사회를 이끈다. 올해는 마침 학익한의원을 개원한 지 2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황 회장은 "인천시민들의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위해 임기 동안 해야 할 일이 많다"며 "개인적으로 한의원 개원 20주년을 맞았는데, 앞으로 가야 할 20년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황 회장은 '저출산 고령화 대책, 공공의료분야 참여, 어르신건강증진 사업'이 인천한의사회가 비중을 두고 추진해 갈 3대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인구는 국가의 경쟁력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출생아수는 점점 감소하고 있잖아요. 한의사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생명을 잉태시키는 의술을 '인술'의 하나로 보고 난임치료를 해 왔습니다.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한의사들이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한의난임치료는 비용은 적은 반면 효과는 매우 높다. 특히 침과 뜸을 맞고, 한약을 복용함으로써 편하게 쉬는 것처럼 힘이 들지 않고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용역결과에도 한방으로 임신을 돕는 한의난임치료의 성공률을 24.9%로 보고한 바 있다. 인공수정 13.5%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인천과 경기도의 경우만 봐도 지난 2011년 시행한 한방난임치료 결과 인천은 79명 중 10명이 자연임신에 성공했으며 경기도는 24%, 수원 32.1%의 임신율을 각각 보였다. 한의약 난임치료의 표준화, 과학화, 시범사업이 절실한 이유이다.

황 회장은 "한방 난임이 양방으로 안 되는 경우에만 시행하는 사업으로 잘 못 인식하고 계시는 분이 많다"며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전에 한방난임을 할 경우 난임여성의 신체적인 건강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도 비용이 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르신건강증진사업은 한의사가 경로당을 직접 찾아 돌보는 사업이다. 경로당 주치의사업, 치매사업(경도인지장애), 어르신한의주치의사업 등이 그것이다.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관을 찾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찾아가 상담을 해 드리고 침구치료도 해주는 것입니다. 70대 부터 치매환자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뇌기능노화로 인한 인지장애가 경도인지장애를 거쳐 치매로 발전하는 것을 차단하는 예방치료에 중점을 두게 됩니다. 어르신주치의사업은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주된 문제인 근골계질환을 침과 한약으로 치료함으로써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국가재원지출을 감소시킬 수 있는 사업이죠."

공공의료에 한의과가 참여하는 것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한방의료를 선호하는 주 이용자들이 저소득층이나 고령층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의 공공의료체계엔 한의과가 배제되고 있다.

현재 인천의 공공의료기관은 모두 4곳으로 인천시가 운영하는 의료원 2개와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2개가 있는데 여기에 한의과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이다.

전국 200여곳의 공공의료기관 중 한의과가 개설된 곳은 45곳에 이른다.

"공공의료기관에 한방과 양방의 협진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공공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의료소비자의 만족도를 크게 높이는 것은 물론, 국민보건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조만간 문을 열 인천보훈병원에 한의과를 설치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유공자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데다 만성질환자들이서 한의과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전국 5개 보훈병원 가운데 4개 병원에 한의과가 개설돼 있기도 하다.

"국가유공자가 노령화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남구 용현동에 들어서는 인천보훈병원에 노인성 질환과 만성질환 치료에 우수한 한의과를 개설한다면 인천지역 보훈가족의 만성질환 관리와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인천한의사회는 앞서 지난해 보훈의 날 행사때 보훈대상 20명에서 보약을 선물하는 등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해 왔다. 남구 스텔라의 집, 연수구 모니카의 집과 같은 미혼모기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미혼모와 영유아 의료지원을 해주기도 했다.

황 회장이 21대 회장에 당선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20대 회장 때 쌓은 깊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의사가 된 이래 지금까지 줄곧 정책이사, 총무이사, 남구회장, 20대 회장 등 인천한의사회 일에 적극 참여해 왔다. 그런 와중에 개인적으로는 한의원 주변 3개의 초등학교에 장학금을 지급해올 만큼 따뜻한 가슴을 지닌 인물이다.

"인천은 제가 경제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20년 동안 일했으니 저도 인천사람이지요. 그럼 저도 뭔가 보답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황 회장이 바라보는 좋은 사회, 건강한 국가는 한방과 양방이 서로 보완하며 공존하는 의료체계가 잘 자리잡은 사회다. 중국의 경우에도 중의(중국의학)와 서의(서양의학)가 한 병원에서 진료를 하며 중의가 책임자를 맡는 경우가 많다. 한방양방이 서로의 장점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간다면 그 결실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 차원에서 한의사들도 다양한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적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이건 의학계의 밥그릇 싸움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건강에 관한 중요한 현안이다.

의사들은 존재이유는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고 치유하는 것에 있다. 건강한 국민이 많은 나라가 건강한 나라이고, 그것은 국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 팔을 한번 걷어보세요."
환자의 맥을 짚어보는 그의 하얗고 긴 손끝에서 '명의'의 향기가 피어올랐다.

/김진국 논설위원 freebird@incheonilbo.com




▲황병천 인천한의사회 회장

황병천 회장은 서울 마포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 사업을 따라 수원으로 이사했다. 수원에서 연무중, 유신고를 졸업한 그는 원광대 한의대에 진학해 침구과를 전공했다. 어려서 몸이 약했던 황 회장은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한의사들의 전망이 밝던 80년대 한의대로 진학한 것이다.

졸업 뒤 선배를 도와 인천에서 잠시 한의사로 일하던 그는 군 제대뒤 지금의 학익동에 '학익한의원'을 처음 개원하고 지금까지 환자를 돌보고 있다. 겸손하면서도 당당한 성격 때문에 주위에 사람이 많다. 특히 환자들을 의사의 권위 보다는 밝은 미소로 대해 많은 환자들이 내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