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성추행 의혹 … 여론 악화되면 지원 차질 불가피
'한국 문단의 대표' 고은 시인을 둘러싼 성추행 논란에 지역 인문학의 발전을 목표로 각종 지원정책을 펴고 있는 수원시가 난감해하고 있다.

고은 시인이 수원시에 정착한 뒤로 일었던 지역 문인과 주민들 간의 갈등이 이제야 해결되는 듯 싶더니, 상상치 못한 다른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8일 시에 따르면 시는 2013년 '인문학 도시' 구축을 추진하면서 안성에서 20년 넘게 창작 활동을 하던 고은 시인을 수원으로 모셔왔다.

이후 시는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장안구 광교산 자락에 소재한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 고은 시인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애초 시가 생태체험관으로 조성하기 위해 사들인 공간이었다.

시와 고은재단은 고은 시인의 이름을 딴 '고은 문학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기본설계에 돌입한 단계다.

시가 200억원가량 부지를 재단 측에 임대해주고, 재단은 모금으로 건축비 등을 충당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시는 고은 문학관 세계적 건축가인 스위스의 페터 춤토르를 만나는가 하면, 그가 설계한 건축물을 벤치마킹하는 등 문학계 거장에 대한 예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두고 지역 문학인과 주민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중간에 선 시가 난처한 상황을 겪어왔다.

지역 문학인들은 '수원지명'이나 지역 대표 문학인인 나혜석 선생 등이 문학관 명칭에 반영되지 않은 것에 우려를 내놨다.

당시 일부 문학인들은 고은 시인을 '굴러온 돌'에 빗대 표현하기도 했다.

주민들의 경우 고은 시인 자택 주소인 광교산 일대에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인한 규제를 받자 '특정인에 대한 특혜'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주민들은 고은 시인 자택 인근에서 시위까지 벌였다.

이처럼 정책적 오해로 불거진 문제들은 시가 꾸준히 문학인, 주민들 간 협의를 가지면서 최근에야 일단락됐다.

하지만 해결 분위기도 잠시, 이번엔 성추행 논란이 일면서 시가 당황하고 있다.

여론이 악화할 경우 시의 지원정책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단 내부에서 터진 논란에는 직접 개입도 어려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만 가득하다.

시는 우선 재단과 지속적으로 논의하면서 문단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문단 내 문제를 지자체가 이렇다 저렇다 하는 건 옳지 않은 방향이고, 지금 상황에서 정책에 변동을 주는 것도 맞지 않다"며 "일단 재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영미 시인은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실은 '괴물'이란 시에서 성추행 피해경험을 담았다.

시에서 당사자로 거론된 'En선생'의 정체가 고은 시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은 시인은 2013년 수원에 터를 잡은 이후 왕성한 창작과 동시에 여러 대외적 활동을 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