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 모두 나눔으로 행복 느꼈으면"
▲ 정명환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이 아너소사이어티 명예의 전당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68일 만에 온도탑 100도 돌파
역대 최고 모금액 75억원 기록

아너 권유시 3명 중 1명 가입
40~50대 젊은 회원 발굴 목표

1년 100만원 약정 '나눔리더' 등
풀뿌리 모금 기부자 확대 공들여


지난해 복지재단의 기부금 횡령과 어금니 아빠 사건 등으로 '기부한파'가 몰아쳤다.

기부한파는 이웃돕기 모금 캠페인이 시작되는 연말까지 이어졌고 인천에서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컸다.

캠페인 초기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 실적을 나타내는 사랑의 온도탑은 예년과 비교했을 때 더디게 올라갔다. 그 어느 때보다 인천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했다.

캠페인의 끝이 보일 때쯤 온도탑은 지역 기업들의 통큰 기부로 치솟았다.

온도탑은 캠페인 68일만에 100도를 돌파했다. 소액 기부자들의 정성도 큰 보탬이 됐다. 인천공동모금회의 '2018 희망 나눔 캠페인'은 75억여원이 모여 역대 최대 모금액을 기록했다.

정명환 인천공동모금회 회장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명실상부한 나눔도시로 자리 잡은 인천의 힘과 시민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눔문화가 차세대까지 이어지도록 나눔교육을 활성화하고 투명하게 기부현황을 공개하는 것이 인천공동모금회의 또 다른 과제라고 밝혔다.


▲발로 뛰는 아너 소사이어티 발굴
캠페인을 마친 정 회장은 2월이 유일하게 심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설 연휴가 있어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걱정을 내비쳤다. 모금회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는 2~3명에게 가입을 권유했을 때 1명이 어렵게 가입을 결심한다. 1년 내내 발로 뛰지 않으면 회원 발굴이 어려운 셈이다. 그는 설 연휴가 오기 전에 신규 회원 1명을 가입시키려고 했는데 마침 연락이 왔다며 미소를 지었다.

현재 인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은 총 117명이다. 정 회장은 "역대 회장님들이 100여명의 아너를 가입시킨 것은 최소 300명을 만났다는 뜻"이라며 "한 달에 아너 2명을 가입시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아너 회원들은 대부분 인천에서 향토기업을 운영한다. 수십년간 기업을 일군 대표들로 60~70대가 대부분이다. 40~50대의 젊은 아너를 발굴하는 것이 인천공동모금회의 목표다. 최근 젊은 회원들이 연달아 아너로 이름을 올리면서 세대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인천공동모금회는 2016년 아너 소사이어티 명예의 전당을 열었다. 내부에는 아너 회원들의 손바닥 페인팅과 명단 등이 전시 돼 있다. 정 회장은 명예의 전당을 공개적인 장소로 옮겨 나눔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풀뿌리 모금 확대
정 회장은 인천공동모금회의 기부 프로그램인 착한가정과 착한일터, 착한기업, 나눔리더 등을 널리 알려 소액 기부자 확대에도 힘쓰고 싶다고 했다. 시민들이 소소하게 동참하는 기부의 힘이 크다는 이유다.

그동안 아너 소사이어티같은 고액 기부 외에 중·소액 기부자들에게 마땅한 프로그램이 없었다. 지난해 인천공동모금회의 제안으로 모금회에 1년간 100만원을 약정 기부하는 '나눔리더'가 생겼다.

지금까지 50여명이 나눔리더로 가입했다. 인천시의회 의원 34명 전원이 나눔리더로 가입하면서 나눔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단체 기부 프로그램인 '나눔 리더스클럽'도 있다. 3년간 1000만원을 기부하는 프로그램으로 향우회와 동창회 등이 주로 가입한다. 인천에서는 시민봉사단체 푸른물결과 비전기업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는 "100명의 나눔리더가 가입하면 1억원이 모금되는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까지 100명의 나눔리더를 모아 아너 신년인사회 같은 모임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기부는 행복하고 위대한 기회
오는 3월 취임 1년을 맞는 정 회장은 인천공동모금회를 통해 아름답고 좋은 세상을 만났다고 표현했다.
인천시의회 의원과 남구청장 등을 거치며 사랑의열매는 익히 들었지만 모금 분야를 깊이 있게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 열매배지를 받으면 작게나마 봉투를 전달하는 정도였다.

회장 취임 전 새로운 도전 앞에 섰던 그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임기 초기에는 기부를 권유했다가 거절당하는 경험을 수차례 겪었다. 이제는 그 경험을 토대로 단순하게 도움을 청하기 보다는 상대방에게 행복하고 위대한 기회를 제안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기부 동참에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순간을 자주 마주한다고 했다.
그는 "기부금과 사회공헌기금 등이 전달되는 과정을 보면서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나 또한 금전적인 여유가 있을 당시 '왜 기부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에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어려울수록 꿈과 희망을 잃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나눔도 마찬가지다. 어렵지만 작은 것이라도 나눌 줄 아는 이들의 삶은 더 밝고 행복하다.

정 회장은 "나눔에서 오는 만족과 행복은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며 "올 한 해는 인천시민 모두가 나눔을 통해 멋스러운 행복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임기 2년차를 앞둔 정 회장은 더욱 성숙한 시기를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마지막 임기 때인 3년차에는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