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두종목 출전만으로 이미 대단" 딸에 대한 고마움 표시
"경기 얘기 한번도 안해" 태극전사 삼남매 기른 교육철학 눈길
▲ 박승희 선수 가족 사진(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승희 선수, 어머니 이옥경씨, 박세영 선수, 아버지, 박승주 선수).
"쇼트트랙부터 스피드스케이팅까지, 올림픽 두 종목 출전만으로도 이미 대단합니다."

'국가대표 빙상 삼남매'의 어머니 이옥경(52·화성시)씨가 인천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9일 평창동계올림픽에 나서는 빙상 태극전사들에게 "다치지 않고, 실력발휘만 다 했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씨의 박승주, 승희, 세영 삼남매는 이미 유명인이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한국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삼남매가 모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금메달 등 각 종목에서 메달을 휩쓸어 국민적 화제를 모은바 있다.

4년 전에는 셋이었지만 이번에는 둘째인 박승희(26·스포츠토토) 선수만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 출전한다.

박승희 선수는 이번 올림픽 출전만으로도 이미 한국 빙상스포츠 사상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올림픽 두 종목에 출전하는 전무후무한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박승희 선수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그 해 10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꿨다.

이씨는 "(승희가) 종목을 바꾼 짧은 기간에 비해 많이 기록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안 쓰던 근육을 쓰고, 2번에 나눠 온 힘을 쏟아야 하는 경기방식 등은 기존 운동과 사소한 것부터 모두 달랐다"며 "스타트와 동시에 코너를 타는 쇼트트랙에 비해 스타트와 함께 직선 100m를 폭발적으로 질주하는 스피드스케이팅을 탈 때는 매번 몸이 인코스로 가기도 했다"고 그 간 힘든 훈련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종목을 바꾼 지난 3년은 가장 열심히 하고, 또 가장 힘들었던 때"라며, 혹독한 훈련을 이겨낸 딸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씨는 평소 모녀지간이지만 대화에서 '운동' 얘기를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운동선수 자녀를 둔 부모로서 그 흔한 전화조차 한 적이 없다는 그만의 '교육철학'을 꺼냈다.

그는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며 당시 베스트 컨디션이었던 승희가 소치올림픽을 마치고 스케이트 신발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종목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바꾼 게 전부다"며 "다른 이유는 없다. 지금도 왜 그랬는지 묻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운동을 시작한 초기에는 나 역시 마음을 졸였다. 하지만 운동이야기를 꺼내면 싸움이 될 것 같더라.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 '집'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과천에서 훈련이 끝나면 화성시 병점 집으로 이동하는 40여분 동안 차 안에서 재잘재잘 수다를 떨곤 했다"며 "수다를 떨면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금방 깔깔대면서 그날의 스트레스를 씻어내 엄마로서 끼어들 틈이 없었다"고 기억했다.

이씨가 국가대표 삼남매를 길러낼 수 있었던 건 자식에 대한 믿음과 인내심이었다는 마음이 전해졌다.

그는 "아이들에게 정답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경기에 나가는데 '잘해라'라는 말도 제대로 해 본적 없다"고 말했다.

삼남매 막내 박세영(25·화성시청) 선수는 지난해 제8회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을 거머쥔 것을 위안삼아, 평창올림픽에 도전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이씨는 "세영이가 평창 무대를 밟지 못해 아쉽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쇼트트랙 남자 500m와 5000m 계주에서도 모두 메달을 땄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친구 같은 엄마'를 강조한 이씨는 "만약 내가 시합 하나하나에 조바심을 가졌다면,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하더라"며 뿌듯해했다.

또 "이번엔 승희가 되레 나를 칭찬해 줘 고마웠다"며 "최선을 다한 만큼 마음을 비우고, 후회 없이 실력발휘를 다 했으면 좋겠다. 넘어지지만 않으면 가장 좋다"고 바랐다.

이씨와의 인터뷰 내내 삼남매 모두를 국가대표로 키운, 어머니 이씨의 훈육방식 역시 '국가대표'인 것을 새삼 느꼈다.

/안상아 기자asa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