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정차 해결하려 일방통행·노상주차장 설치
노폭좁아 체증 악화 … 소방차 진입 조차 힘들어
상인 비대위 반발에 대책 중단 "안건재상정 검토"
▲ 수원시와 경찰이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중심상가 일대의 한 도로를 주차공간으로 활용하려고 양방향에서 일방통행으로 바꾼 뒤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화재시 소방차의 진입이 어려워 대형사고를 우려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교통을 개선해도 모자랄 판에 소방차를 못 들어오게 하면 어쩌란 거죠?"

수원시와 경찰이 머리를 맞대어 도심상가의 고질적인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한다고 벌인 '교통개선대책'이 되레 소방차 진입로를 좁히고 더 혼잡해지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잇따른 대형 참사에 불안해하는 주민과 상인들은 '원상복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반발하자 시와 경찰이 난감해하고 있다.

6일 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서수원 호매실지구 개발이 본격 이뤄진 10여년 전 권선구 금곡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상가단지(4만여㎡·1085번지 일원)가 형성됐다.

'금곡동 중심상가'로 불리는 이곳은 아파트 입주에 따른 인구가 급격히 늘고 차량 또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주차시설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보니 차량정체는 물론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빈발하고 있다. 건물마다 제각각 지하주차장을 설치했지만, 방문하는 차량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2016년 1월 일부 상인들이 주요 건물을 가로지르는 양방향 도로 약 170m 구간을 일방통행으로 지정하는 동시에 노상주차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시와 권선구에 제안했다.

제안은 이후 수원서부경찰서 관계자,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에 상정됐다.

그해 5월부터 12월까지 두 차례에 걸친 심의에서 위원회는 상가 전 지역에 일방통행 및 노상주차장을 일괄 설치하는 조건으로 안건을 가결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불거졌다. 가결내용대로 도로를 일방향으로 변경하고, 노상주차장을 설치하니 도로 폭이 좁아진 것은 물론 대로변에서 진입하는 차량과 맞물려 교통체증이 가중되는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해당 도로는 양방향 당시 폭(경계석 기준)이 7.5~8m 수준이었다. 그러나 양쪽 노면 주차선이 그어지면서 폭이 약 3.3m로 절반이 됐다. 이는 화재 시 소방장비의 원활한 활동이 어려운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수원소방서 북부현장대응단이 이곳에서 현장실사를 한 결과, 노상 주차장 탓에 고층건물에서 발생하는 화재 등 재난대응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서는 의견서에서 "이론상 대형차량 진입은 2.45m까지 가능하지만, 고층건물 화재 발생 시 굴절·고가차 전개를 위해선 최소 4.8m에서 6m가 요구된다"며 "양쪽 노면 주차장이 모두 제거되는 것이 안정적이고, 상황 대응을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상가에는 현재 대형마트·식당을 비롯한 병원·학원·어린이놀이시설 등도 들어선 상태다. 대부분 고층건물에 임대해있다.

상인 한모(45)씨는 "교통개선대책 당시 전체적인 상인 의견도 수렴하지 않은데다 상인 요구와 정반대로 일방통행 방향이 설정됐다"며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충분한 검토와 심의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씨는 '금곡동 일방통행 바꾸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5일 582명의 서명을 받아 권선구와 경찰에 전달했다.

현재 권선구는 상인들의 반발이 일자 노상주차장 설치 등 개선대책을 일시 중단했고, 경찰은 안건 재상정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소방의 조사에 대해선 차후 협의과정 뒤 조치하겠다"고 했고, 경찰 관계자는 "구와 협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