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말을 들으면서 "어찌 이런 일이…"라는 한숨부터 나온다. 학교 배정에 관한 얘기다. 학부모 A(43)씨의 하소연을 들어보자. 그는 부평구 일신동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두었다. 그런데 아이가 "친구들이 자꾸 전학을 간다"고 할 때만 해도 몰랐다가 몇년 지나 다음 달부터 아이를 중학교에 보내려고 하니 이해를 하게 됐다. 아이가 배정을 받은 중학교에 가려면 경인선 건너까지 10여분 걸어가 버스를 타고 다시 20분 정도 들어가야 한다. 일신동과 주변 부개동에 초교는 4곳 있지만 중학교는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형편이 닿는 학부모들은 자녀 초교 졸업 전 일찌감치 '학군 좋은' 동네로 이사를 간다.

어디 이뿐이랴. 우리나라에서 교육당국의 무관심이나 탁상행정 등으로 이처럼 불이익을 받는 곳은 수두룩하다. 오죽하면 한창 서울에서 학군 열풍이 불었을 때 '강남 8학군'에 가면 어지간한 대학 가는 일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그래서 돈깨나 있는 이들은 우르르 그 지역으로 몰려갔다. 결국 교육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명암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물론 A씨 경우엔 좀 다르긴 하지만, 경제력을 가진 학부모들이 아이 통학여건을 봐가면서 이사를 가는 데에선 흡사하다. 교육에서만큼은 오롯이 평등한 권리를 누려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하여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제 케케묵은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일신·부개 지역 금마·일신·동수·부개 등 4개 초교 전출 학생 수는 522명이다. 전입생 324명보다 200여명이나 많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안쪽에 있는 부흥초는 전입 237명, 전출 181명에 이른다. 부흥초 주변에만 부평여중, 부평동중 등 중학교만 5개가 있다. 올해 일신·부개 지역 초교 졸업생 302명 중 상당수는 부일여중, 부평여중, 부평동중, 부광중, 부흥중으로 입학한다. 부일여중을 빼면 모두 왕복 7차선 경인로와 경인선을 지나야 있다. 일신·부개동에 사는 중학생 390여명은 경인선 이북 지역 학교에 다닌다. 부평이 경인선과 경인로로 인해 남북으로 단절돼 있지만, 근처에 갈 만한 중학교가 없는 일신·부개동 학생들에겐 선택할 여지가 별로 없다.
20여년 거듭된 문제인데도 원도심이란 이유로 해결책은 없고 늘 뒷전이다. 시교육청은 이제 답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