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올해 무술년(戊戌年)은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개띠 해이다. 특히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난 '58년 개띠'는 동시대를 풍미한 코호트의 대명사로 회자되고 있다. 60세 이상 인구 중 58년 개띠가 차지하는 비율도 가장 높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전체인구 5177만8544명 중 1958년생은 76만7925명으로 1.48%를 차지한다.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 10명 중 1명이 58년 개띠이다. 이들은 1974년 서울·부산에서 첫 시행된 고교평준화의 이른바 '뺑뺑이', '쌍칠학번'(77학번) 세대이다. 비록 40대 진입문턱에서 외환위기를 겪었으나 급속한 경제성장 혜택으로 경제적 안정을 구축한 고학력군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이들도 올해 환갑을 맞고 본격적인 은퇴에 들어섰다. 자녀부양과 부모봉양으로 노년에 대한 대비도 허둥대야 했던 '낀세대', '간(間)세대'로서 이제 자기 노후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현실에 부닥치게 됐다.

지난해 60세의 기대여명은 남자 22.5세, 여자 27.2세로 평균수명의 증가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1.172명으로 OECD회원국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초저출산국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다. 향후 58년 개띠는 세계에서 고령화비율이 가장 높은 노년인구국의 구성원으로서 최장수 국가에서 노년을 보내게 됐다. 그러나 이들도 길어진 노년을 준비하기에는 벅찬 현실이다. 생애설계에 관한 지식과 정보도 일천한 환경에서 이미 정년을 맞이했다.

고령화에 따른 대한민국의 위기는 우선 노인빈곤 문제이다. 노인 2명 중 1명은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가족구조 변화에 따라 과거와는 다른 노노(老老)학대, 노노부양 등 노년기 사회현상도 확산된다. 수준 높은 노년 교육프로그램으로 여가시간 활용 방안을 다양하게 제공해야 한다. 노년의 여가활동은 개인 삶의 질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의 안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령화는 65세 이상 인구의 증가를 뜻하지만 동전의 양면과 같이 긍정적인 효과 이면에 부정적인 측면도 뒤따르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국가 잠재성장률은 차츰 낮아지게 됐다.

노인부양을 위한 국가사회 재정 부담은 늘어나고, 노인부양비 증가에 따른 개인 담세비율도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노년에 대한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노년기 리스크를 줄여나갈 수 있다.
노년이 인생에서 중요한 인생주기로 부상하고 있다. 러슬렛(Laslett)은 건강 악화 등으로 타인에 의존하는 시기 이전의 단계를 '제3기 인생'(the third age) 시기로 규정했다. 퇴직 후 건강하게 지내는 시기까지를 의미하는 제3기 인생은 개인의 재능과 적성에 맞는 활동적인 삶을 사는 기간이어야 한다. 따라서 은퇴를 앞둔 생애설계는 길어진 노년기를 준비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생애설계는 개인과 가족의 노년기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장년기 이후 사회적 적응과 사회의 주류로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실용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래 생애과정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노화와 노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개선할 성과도 이룰 수 있다.

여러 은퇴이론을 정리하면 젊음 지향적인 현대 사회에서 노년의 다양한 모습에 상관없이 활동과 역할을 많이 할수록 성공적 노화에 유용하다는 내용으로 축약된다. 또 행복한 은퇴를 위한 키워드는 대략 건강, 경제적 수준(돈), 실력(학습) 등을 꼽고 있다. 건강유지는 단순히 신체적 기능 유지뿐만 아니라 자기존중의 출발점이어서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는 당위성을 갖게 한다. 미래 노년기를 살아가는 기술과 방법을 터득하기 위한 학습은 삶의 경쟁력이다. 경제적 준비 없이 맞는 노년은 장수시대의 축복이 아니라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정년과 더불어 은퇴 기점에 선 58년 개띠의 노년은 바로 대한민국의 고령화 사회를 가늠하고, 고령화 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분기점이다. 노년기에 대한 준비, 생애설계 출발은 노년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먼저 '저출산·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미래의 환경은 어떻게 변화할까?'에 대해 생각하자. 이 외에도 제3기 인생에 대비할 몇 가지 테마를 제시해 본다. '은퇴 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은퇴를 준비하기 위한 자산 활용과 투자계획은 있는가, 은퇴생활을 위한 비용은 얼마나 필요할까, 나는 언제 일을 그만둘까, 은퇴 후 여가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 나와 배우자의 건강상태는 어떠할까, 은퇴 후 어디에 살까' 등이다. 인생 2모작에 나설 58년 개띠의 성공적 노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