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씨앗 품은 탐욕을 건드리다
▲ 쑤퉁(蘇童) 지음·양성희 옮김, 더봄568쪽, 1만6000원
개혁 개방 후 급변한 중국 사회 속
성폭력 사건에 휘말린 세 주인공의
비극적 사랑·운명의 소용돌이 그려




"참죽나무거리에서 맺어진 세 젊은이의 위험한 관계, 시작은 순수한 사랑이었다."

<참새 이야기>는 1980년대 개혁개방 격변의 시기를 배경으로, 성폭력 사건에 휘말린 세 청춘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렸다. 바오룬, 류성, 선녀 세 주인공이 각자의 시선으로 그 시대와 그 사건에 얽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겉모습은 사납지만 마음은 한없이 순수했던 바오룬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순간적인 욕망을 참지 못해 죄를 저지른 진짜 성폭행범 류성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한 선녀는 세상을 증오하며 되는대로 살아간다.

십 년 후 다시 만난 세 사람은 운명을 받아들이고 우여곡절 끝에 서로에 대한 감정의 빚을 청산하지만, 운명은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허락지 않았다.

작은 오해로 인해 류성은 결혼 첫날 밤 바오룬의 칼에 맞아 처참하게 죽고, 류성을 죽인 바오룬은 다시 교도소에 갇히고, 늘 떠돌이 인생이었던 선녀는 핏덩이 아기를 남긴 채 또 어딘가로 떠난다.

쑤퉁 작품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이렇게 거친 운명 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지는 힘없는 소시민이다. 그들은 특별히 악하지 않다. 그렇게까지 비참해져야 할 만큼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그런데 소설 <참새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뒤틀린 운명은 안타까움을 넘어 '왜 나만 이렇게 비참해야 하는가'라는 억울함도 느껴진다.

<참새 이야기>의 배경은 개혁개방 이후 급변한 중국 사회이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20세기 중반, 공포에 짓눌려 살던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다 같이 배고프고 다 같이 공포에 떨었다.

반면 현대 사회는 겉으로는 화려하고 풍요롭지만, 인간의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더 큰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은 물밑 속에 숨어있겠지만 우리는 언제든 스스로가 그런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잘 안다.

저자 쑤퉁은 제목에 대해 "참새는 재앙과 운명의 상징입니다. 얼핏 보면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그 뒤에 재앙의 씨앗이 숨겨져 있어요. 소설 중에 참새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참새는 뒤에 숨어 있는 존재니까요"라고 설명했다.

쑤퉁은 1963년 중국 장쑤성에서 태어나 1984년 베이징 사범대학 중문과를 졸업했다. 1983년 단편 '여덟 번째 동상'으로 등단한 후 다양한 형식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온 그는 중국 문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중편 <처첩성군>은 홍콩〈아주주간>의 '20세기 중국문학 베스트 100'에 선정되었으며, 중국 최고 권위의 마오둔문학상과 루쉰문학상을 비롯, '아시아의 부커상'이라 불리는 '맨 아시아 상', 상하이 문학상, 소설월보백화상, 장쑤문학예술상, 충칭문학상, 타이완연합보 대륙단편소설추천상 등을 수상했으며, 그의 작품들은 중화권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에서도 번역 출판됐다.

그의 작품들은 영화로도 여러 편 제작됐다. 그 중 장이모우 감독의 '홍등'은 <처첩성군>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인 '홍분'은 <홍분>을, 장쯔이가 주연을 맡은 '재스민 꽃이 피다'는 <부녀생활>을 극화한 것이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