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른다. 오늘은 D-10. 세계의 눈이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꾸린 대한민국으로 쏠리고 있다. 1945년 분단 이후 세 번째 남북 단일팀이 성사됐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돌파구로 '평창' 참가를 선택했다. 대한민국이 태극기를 앞세우고 처음 참가한 1948년 제5회 스위스 장크트모리츠 동계올림픽과 14회 영국 런던 하계올림픽이 열린 지 70년이 됐다. 북한은 정권수립 70주년을 기념하는 '건군절'을 옮겨 동계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 대규모 열병식을 연다. 이날 저녁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은 남한 강릉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평창 스포츠'와 '강릉 문화공연' 뒤로 평양의 정치군사적 전술이 숨어든 느낌이다.

불과 4년 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 20대 선수들의 '사상 메달'을 다시 회상한다. "계란에 사상을 입히면 바위를 깰 수 있다"고 강조한 당시 김정은도 젊은이었다.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북한 미녀응원단은 "태양처럼 모셔야 할 장군님의 사진이 비에 젖는다"고 항의했다. 이동 버스에서 내려 곱게 펴서 가져간 '김정일 현수막' 해프닝 이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여자 아이스하키의 남북 단일팀을 밀어붙이자 대통령 지지도가 59.8%로 떨어졌다. 2030세대들은 문 정부의 비민주적 처사라며 즉각 반기를 들고 충돌했다. 남남갈등도 한몫 했다.

북한의 성장 세대들은 "장군님은 모래로 쌀을 만들고, 송방울로 총알을 만든다. 축지법을 쓰고, 구름을 타고 다니며, 눈덩이를 빚어 수류탄을 만든다"는 허무맹랑한 유일사상, 주체사상에 완벽하게 길들여져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 응원단 등이 바로 이 맹목적 교육의 주인공이다. '사상'이 체육문화예술 '기량'을 구축한 셈이다. 이들은 개인의 정체감은 사라지고 체제 속에 남은 자신을 파악할 뿐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들고, 국가 대신 '아리랑'을 불러야 한다니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혼란스럽다. 스포츠의 통합은 가능하지만 분단민족으로서 사상과 이념의 단일팀은 불가능하다. 평창의 한파를 뚫고 해빙의 봄은 오는가. 포스트 '평창', 북한은 북미대화에 나설까? 그저 문 정부의 연금술사와 같은 능력이 발휘되길 바란다. 데이비드 카퍼필드와 같은 '솔방울'의 마술사 수령동지 불가사의도 점쳐본다. 그러나 연금술과 달리 마술은 반드시 속임수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