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민 수원화성박물관장
올해는 '경기 1000년'을 맞는 해이고, 내년이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어떠한 역사적 사건의 100주년을 맞이한다는 것은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축복이다. 때를 얻었으니 곧 이 땅의 사람들이 함께 무엇인가 도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1919년 3월1일부터 국내뿐만 아니라 한민족이 살던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독립선언과 만세시위는 일제 식민통치로부터의 해방과 새로운 나라의 건립을 위한 빛나는 투쟁이었다. 더욱이 종교계를 비롯하여 학생, 노동자, 농민 등 각계 각층의 남녀노소가 함께 한 민족사적 분수령이자 제국주의 질서에 도전한 세계적 일대사건이었다. 이를 통해 일본제국주의와 대한제국을 넘어 새로운 '민국(民國)'의 시대를 열었다. 자유·민주·평등의 가치를 내건 새로운 정치체제인 민주공화제로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였다.

1919년 제정된 '대한민국 임시헌장'에서 언급한 '인민(人民)'은 우리 역사의 주체로 거듭나게 되었다. 따라서 3·1운동은 일제에 반대한 항일독립운동이자 주권재민의 원칙을 확인한 민족·민주혁명이다. 전국적으로 가장 격렬한 만세시위를 펼친 곳이자 피해를 당한 곳이 수원지역(수원·오산·화성)이기도 하다.
1월 24일 '수원시 3·1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출범하였다. 각계 각층의 추진위원 100명을 위촉하며 100주년 기념물 조성 등 다양한 독립운동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지난해 가을부터 10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해온 수원시민들의 노력에 더해 지자체 최초로 11월 수원시의회에서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지원조례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조례에 근거한 사업은 더 튼실한 재정적 지원이 가능해졌음을 뜻한다.

수원은 지난 2015년 광복70주년을 맞이하여 독립운동가 임면수 선생 동상을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건립하는 등 전국에서 모범적이고 선도적인 기념사업을 펼쳤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1919년 3·1운동은 중국의 5·4운동을 비롯하여 인도의 독립운동에도 영향을 끼쳤던 세계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등 지금 대한민국이 굳건하게 서 있는 기초를 제공한 역사적 사건이다. 3·1운동 이후 지난 100년의 역사가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민족해방운동이자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민주화의 거대한 흐름 속에 위치해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1월에 개봉된 영화 <1987>을 두 번 관람했다. 처음 개봉하던 날 수원의 경기르네상스포럼이라는 단체에서 주관한 단체관람이었고, 다시 대학생인 아들과 딸을 꼬드겨(?) 가족과 함께 한 번 더 본 것이다. 우리는 '촛불혁명'이라는 미증유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정권이 교체되는 것을 목도하였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에 있고, 역사적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4·19혁명과 3·1운동의 빛나는 역사적 전통에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제국주의에서 독립한 신생국가 가운데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라는 부러움을 세계에서 받고 있다.
아들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며 우리의 역사는 끊임없는 분투의 역사이자 자랑스러운 역사라는 사실에 있다. 그래서 3·1정신을 계승하고 평화·인권·통일을 꿈꾸며 조국과 이웃을 생각하는 삶이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그래서 후손들에게 자랑스런 선조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또 다른 100년을 준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즈음, 우리는 분단된 조국이 아닌 평화롭게 남북이 왕래하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나라에 살고 싶다. 내가 살고 있는 수원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유럽의 파리까지 가는 지극히 소박하고 당연한 꿈, 그것을 단지 아들 딸과 누리고 싶을 뿐이다. 그 꿈이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