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논설위원
▲ 김진국 논설위원
찻잔에서 안개가 피어오른다. 맑고 따뜻한 영혼 같은 향이 콧속으로 들어온다. 찻잔 옆에 신문이 반듯하게 놓여 있다. 오늘은 어떤 의제가 올라왔을까.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생각은 무엇인가. 요즘 트렌드는….
황금비율로 접혀진 신문을 1면부터 펼쳐보기 시작한다. 좋은 정보나 글귀를 메모하면서 끝까지 읽고 나자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잘 차린 아침정식을 먹은 것 같은 지적 포만감이다.

신문기자라서가 아니다. 종이신문만큼 좋은 게 없다. 종이신문엔 뉴스생산 전문가인 수십, 수백 명의 기자들이 밤낮으로 발품을 팔아 신중하게 선별한 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기자들에게 허락된 출입처를 통해 검증한 최고급정보들이다. 기자들이 하루동안 다섯 개의 아이템을 취재했다면 그 가운데 신문에 실리는 내용은 한두 가지에 불과하다. 출처가 불분명하고 주장에 가까운 인터넷과 SNS의 일부 정보와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종이신문은 글과 그림, 그래픽을 효과적이고 미적으로 배열하는 편집기술을 통해 중요한 뉴스와 덜 중요한 정보를 구분하기까지 한다. 고농축 '엑기스'만 추출해 보여주는 셈이다.

손가락에 와 닿는 종이의 촉감도 정겹기 그지없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신문지를 넘길 때,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 같은 그 소리는 다음 지면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예민한 아침의 청각을 경쾌하게 자극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제목과 사진, 그래픽의 조합은 가히 시각예술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종이신문을 읽는 학생들의 성적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적지 않다. 종이 위에 편집한 텍스트와 그림, 사진 등의 효율적 배열이 큰 그림으로 기억돼 종합적인 사고를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TV가 처음 등장했을 때 라디오의 시대가, 이북(e-book)이 나왔을 땐 종이책은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어떤가. 라디오는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하면서 부활했고, 종이책은 여전히 폭포수처럼 쏟아지면서 전자책을 압도하는 중이다. 너도 나도 신문을 펼쳐보던 지하철 안 풍경이 스마트폰을 보는 모습으로 바뀌긴 했다. 그렇지만 종이신문은 여전히 '활어 같은 뉴스'를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전해주며 사람의 냄새를 솔솔 풍겨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