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규씨, 석유·얼음배달업으로 '자수성가'
"기운 다할 때까지 맡은 직분에 '혼' 심을 것"
"사업의 노하우요? 그런 건 없습니다. 그저 노력, 끈기 그리고 성실이 제가 할 수 있는 사업의 원천입니다"
어려운 가정형편을 딛고 우직한 끈기와 노력, 성실이라는 가장 큰 무기(?)로 자수성가한 인물이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석유와 얼음 배달업을 하는 김정규(38)씨.

김 사장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힘들게 졸업한 뒤 젊음을 즐기기도 전에 곧바로 해군 부사관에 임관해 4년여 동안 군에 복무했다.

"사실 그때 장기복무를 신청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부사관이라는 직급에 한계를 느꼈으며 새로운 삶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전역을 결심하게 됐다"는 그는 전역 후 지인의 소개로 석유와 얼음 배달원으로 취직했다.

젊은 나이에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한다는 소리에 놀림도 많이 받고 한편으로 창피했지만 성실 하나로 버티며 6개월을 보냈다.

워낙 눈썰미가 빠르고 일에 대한 숙련도가 남들보다 한발 앞선 그에게 배달원으로서의 일은 6개월이면 충분했다.

퇴사 후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곧바로 회사를 차린 그는 냉정한 현실에 부딪히며 '맨땅에 헤딩'하다시피 5~6년을 보냈다고 한다.

김 사장은 "처음에 영업을 나갔는데 사람들이 들은 척 마는 척하며 무시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때론 자존심도 상하고 좌절감도 있었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욱 더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잃지 않자 사람들이 차츰 마음의 문을 열었으며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분들이 이젠 가장 오랜 고객이 됐다"며 힘들었던 과거를 되짚었다.

그리고 "아무리 먼 거리라도, 한 통의 기름이라도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과의 약속을 지킨다면 고객은 영원한 나의 편"이라고 자신했다.

그렇게 우직한 끈기와 노력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간 그는 처음 하루에 10통의 전화도 못 받았지만 지금은 150~200여번 전화벨이 울릴 정도로 전화기에 불이난다.

그가 석유와 얼음이라는 다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업 아이템으로 시작한데는 이유가 있다. 파주에는 수많은 공장과 식당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조금만 노력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이면 그야말로 밀려오는 주문전화에 사무실은 매일 매일 분초를 다투며 전쟁을 치른다.

요즘은 더위가 빠르고 늦게 끝나기 때문에 5월부터 9월 말까지 얼음이 성수기로 분류된다.

석유는 가을을 지난 11월부터 이듬해 4월초까지 그의 전화를 울린다.

때문에 그에게 있어 남들이 즐기는 휴가는 상상도 못해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고 한다.

"저희에게 휴가란 비수기인 봄·가을이지만 나름 휴양지가 한가해 편히 즐길 수 있다고 가족에게 강점 아닌 강점이라고 설득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요즘 고민이 생겼다.

급격히 도심화 되면서 공급되는 도시가스는 그의 매출을 가장 위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주시는 도심화되면서 시골까지 도시가스가 공급되면서 보일러 교체가 늘어난게 사실이다.

그는 "점차 도시가스가 공급되면 석유공급도 줄게 될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면서도 "그래도 기운이 다할 때까지 내가 맡은 직분, 내 직업에 혼을 심겠다"고 말했다.

하루를 살더라도 가장 보람차게 일하는게 가장 행복, 그리고 성실은 성공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살아가는 이유라는 김사장은 인터뷰 내내 전화기를 붙들다 또다른 배달처로 차를 몰았다.

/파주=김은섭 기자 kime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