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경찰대 교수
청와대는 지난 14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검찰, 경찰, 국정원의 3대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염원했던 가장 큰 국정과제 중 하나가 검찰개혁이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가 집권 2년차이자 출범 9개월 만에 검찰개혁을 필두로 권력기관 개혁의 추진의지와 기본방침을 공고히 한 것이다.

과거 적폐의 철저한 단절과 청산을 위해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으로 전환하고,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남용을 통제하는 것이 기본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최대 관심사인 검찰개혁 방안은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 수사의 이관, 직접수사의 축소(특수수사 등에 한정), 법무부 탈(脫)검찰화가 골자다. 덧붙여 검사의 비위사건에 대한 수사는 신설될 공수처가 담당하고 이전에는 경찰수사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개혁의 큰 줄기는 밝혔지만, 명쾌하지 않은 점들이 있다. 대선공약에서 제시했던 검찰개혁 방안에서 후퇴한 부분도 보인다. 이제 입법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본격적인 제2라운드가 펼쳐질 것이다. 제대로 된 실효성 있는 개혁을 위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 몇 가지만 강조해두고자 한다.
첫째, 공수처 신설이 보완책이라면, 수사권조정은 근본적 치유책이라는 점이다. 공수처는 이미 발생한 검찰비리에 대한 사후적 수사기구로서의 성격에 머문다. 외국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한국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과 그 남용은 기소독점과 수사독점에서 유래한다. 따라서 제대로 된 검찰개혁의 해법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에서 찾아야 한다.

둘째, 검찰의 직접수사는 원칙적으로 폐지되어야 한다. 그것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 원칙에 부합하고, 선진각국의 보편적 입법형태이기도 하다. 검사가 피의자나 참고인을 앉혀놓고 직접 수사하는 모습은 우리에게는 익숙한 것으로 당연시 되지만, 사실 한국 특유의 기형적 제도다. '공소관(prosecutor)의 직접수사'는 영미법계나 대륙법계를 불문하고 선진외국에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대선공약은 검찰이 스스로 사건을 인지하는 이른바 독자수사는 폐지하고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해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2차적 보충수사만을 허용한다는 방침이었다. 직접수사를 축소하되 기업·경제범죄 등의 특수수사에서 독자수사를 허용한다니 공약에 비해 후퇴한 것이다. 아쉬운 대목이다. 특수수사의 범위가 확대되어 사실상 현재와 별반 달라지지 않는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검사가 수사에서 손을 떼면, 기소는 더 객관적이고 공정해질 수 있다. 경찰수사 결과에 대해 제3자적인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신설될 공수처가 제2의 검찰로 전락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소권을 배제한 부패범죄전문수사기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옳다. 공수처의 수사결과에 대해 객관적인 기소 검증을 거쳤을 때 그 신뢰성과 공정성이 더욱 제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검사의 비리사건이나 비호세력에 대한 경찰의 수사만큼은 보장해줘야 한다. 그래야 공약에서도 언급한 '견제와 균형'이 비로소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찰의 압수수색과 체포를 위한 영장 청구의 독자성이 요구된다. 실무에서 증거 수집을 위한 수사의 첫 단계인 압수수색에서부터 검찰이 기각시켜버리면 경찰은 더 이상 수사를 진척시킬 방도가 없다. 역으로 보면 검찰에는 제식구 감싸기나 전관예우를 굳건히 방어하는 무기가 바로 독점적 영장청구권인 셈이다.

한 연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선 수사경찰관의 60% 이상이 검사의 부당한 영장기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 기각의 이유에 대해서는 힘 있는 변호사의 전관예우 44.9%, 경찰 길들이기 21%, 사건관계인 청탁 17%, 검찰관계자 비호 8.4%의 순이다.
끝으로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을 넘어 '국민의 의한 권력기관'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형사사법은 수사권, 기소권, 재판권으로 대별되고, 그 각각의 권한에 국민이 직접 참여·감시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수사옴부즈맨, 시민의 공소권, 국민참여재판 등이 그 모델이다.

검찰개혁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어설픈 개혁으로는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개혁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그 해법은 분권, 견제와 균형, 그리고 국민의 사법참여에 있다. 촛불시민혁명을 선도한 위대한 국민의 준엄한 목소리에 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