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Bitcoin)이 사용된 곳은 인천이다. 2013년 12월 지하철 인천시청역 부근의 파리바게뜨가 비트코인의 '성지'이다.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등 암호화폐(가상화폐)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상점 안내판들이 점차 눈에 띄고 있다.


우리나라 20대 청년이 비트코인으로 수백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짧은 기간에 수천억원의 떼돈을 벌어들인 사람도 있다고 하니 혼란스럽다. 세계의 암호화폐 시장 규모 1/4 정도를 한국의 100만명 정도가 주무르고 있다. 하지만 거래 변동성이 매우 높아 투기에 가깝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칫 허무맹랑한 유혹에 빠져든 젊은이들의 섣부른 '한탕주의'가 우려된다. 수저계급론에 '헬조선' 'N포세대'라는 불평등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신분상승의 사다리조차 무너진 사회구조라는 젊은이들의 자조적인 시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는 지식산업 사회의 특성을 대변하는 사회 현상이다. 지식사회, 열린사회, 학습사회 등으로 지칭되는 21세기의 특성은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 실패하는 사람도 매우 많게 된다. 더구나 일확천금의 유혹이 강할수록 실패 가능성은 눈에 들지 않게 된다. 암호화폐 거래의 '쪽박'도 증가하는 추세다. 벌써 신용카드 투자자 중 잔고부족으로 파산에 이른 사람들이 20%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오늘날 세계는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그만큼 정보의 개방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암호화폐는 개방시대에 대처하는 혁신적인 보안기술, 불록체인(block chain)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불록체인 기술은 이미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이 접목해 나가고 있는 분야이다.

화폐는 시장성이 가장 높은 상품이다. 과거 소금, 곡식 등으로 서로 상품을 교환했던 물품화폐로부터 동전으로 주조했던 금속화폐, 지폐, 신용화폐 등으로 발전해 왔다. 암호화폐의 가치는 폭락하거나 폭등할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에 화폐로서의 제한성이 있기 마련이다.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암호화폐가 기대붕괴기를 거쳐 정상적인 기능을 갖추고 주류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규제도 필요하다. 한정된 재화를 놓고 끊임없이 경쟁하는 사회에서 대가가 없는 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건전한 사회를 표방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항상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