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소문 하나를 들었다. 애관극장이 팔린다는 것이다. 1895년 신식 공연장 협률사(協律舍)로 시작해 축항사, 애관극장으로 이어진 이곳은 우리나라 극장 문화사의 획을 그을 뿐만 아니라 시민의 애환이 깃든 '인천' 공간이다. 미스유니버스 후보 선발, 종두 접종, 취업설명회 등을 비롯해 무용가 최승희 공연과 세계적인 음악가 번스타인 연주회가 열리기도 했다. 중심지답게 각종 정치 행사가 자주 열렸고 특설링을 설치해 권투 경기와 레슬링 대회까지 치렀다. 1930년대에는 조선인만으로 구성된 실업 야구단을 운영하기도 했다. 한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스크린을 가진 이 극장 무대에 당대 스타였던 신성일과 엄앵란이 섰던 날 싸리재 일대 교통이 마비되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현재 사장은 1972년 극장을 인수한 고 탁상덕 씨의 막내딸 탁경란 씨다. 오빠가 맡았던 극장이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자 그는 미국에서 들어와 경매로 이 극장을 재인수했다. 지난 2004년 5개의 스크린을 가진 복합상영관으로 변모했지만 장사는 그리 잘되지 않았다. 흥행 영화를 걸어도 주말 매표소조차 한산했고 간혹 평일 낮 시간대에는 한 명도 들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한다. 알바생이 돈 받기 미안할 정도였다니 필름 값이나 건졌을까 싶다. 언젠가 CGV에서 극장을 인수하려 했지만 탁 사장이 거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이라고 매각이나 개발에 대한 유혹과 갈등이 없었을까.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 무엇보다 어떻게든 가업을 잇겠다는 신념으로 버텨왔을 것이다. 지금까지 참아 준 것도 고마울 뿐이다. 1999년 서울 을지로의 국도극장 주인은 문화재로 지정될 것을 감지하고 서둘러 극장을 팔았다. 지금 그 자리에는 국도호텔이 들어섰다.

애관극장 매각 소문이 사실이라면 매수자가 개발업자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번 주말에는 애관에서 정우성 주연의 '강철비'를 관람해야겠다. 북한에 쿠데타가 일어나고 일촉즉발의 핵전쟁 위기에서도 남북한이 공존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줄거리다. 만약 애관이 무너지고 그 자리에 다른 건축물이 세워지면 그건 인천의 '재앙'이다. 애관의 해피엔딩을 간절히 소망한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