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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덮여도/ 풀들은 싹트고/ 어름이 깔려서도/ 벌레들은 숨쉰다// 바람에 날리면서/ 아이들은 뛰놀고/ 진눈깨비에 눈 못 떠도/ 새들은 지저귄다// (중략) // 눈에 덮여도/ 먼동은 터오고/ 바람이 맵찰수록/ 숨결은 뜨겁다 신경림 시인의 시 <정월의 노래>중에서

12월인데 벌써 추위가 만만치 않아, 겨울을 날 생각을 하니 아득하다. 그런데 이 추운 날씨에도 100일 동안 밖에서 생활한 이들이 있다. 매일 아침 중구와 동구를 관통하는 도로를 뚫는 사업을 막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 그들이다.

헌책방 거리로 유명한 동구 배다리는 개항 이후의 역사와 문화를 포함한 가치가 녹아 있는 곳이다. 중·동구를 관통하는 도로가 생기면 지역은 둘로 쪼개지고 공동체 파괴는 물론 역사와 문화도 산산조각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인천시는 이미 오래 전에 중단된 사업을 최근 다시 재개했다. 경찰은 도로가 전반적으로 교통안전에 미흡한 부분들이 많아 인천시에 보완을 요청한 상태이고, 송림초교 학부모, 동구의회 등에서 반대 성명을 냈지만 요지부동이다. 인천시는 애초에 잘못된 설계와 계획에 무리한 투자를 해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계속 사업을 진행시키려고 혈세만 축내고 있는 실정이다. 중구와 동구를 관통하는 도로 역시 무리한 추진이 불러올 참사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배다리가 어떤 곳인가. 이 지역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이 지역의 정체성을 지켜내며 마을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이 추운 날에도 끝내 지역을 지켜내기 위해 천막을 치고 집회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바람이 맵찰수록 숨결은' 더 뜨겁게 달아오를 사람들이다.

이제껏 배다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들이 배다리를 사랑하며 오랫동안 지켜온 덕분이다. 그들이 거리가 아니라 따뜻한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인천시는 하루빨리 '중구와 동구를 관통하는 도로 건설'을 전면 폐기해야 한다. 제발 그냥 놔두면 될 곳을 개발이란 미명 하에 흔들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