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간의 '미로' … 군인은 이 책을 따르라
▲ 안정환 지음, 지식공감, 240쪽, 1만2000원
해병대 653일 복무 경험
軍영창까지 다녀온 저자
계급·주제별 독서 소개



신체에 이상이 없는 18세 이상의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할 군대지만 반면에 젊은이들 사이에 '피하고 싶은 1순위'도 역시 입대이다.

인천에서 태어나 대학 1학년을 마치고 해병대를 지원한 저자는 저마다의 꿈과 계획을 잠시 접어둔 채 대부분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21개월 동안 군대에서 자신의 꿈을 이어나가고 역량을 키우는 '기회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Reading. 군대를 찬스로 만들어라! 군대가 인문학을 입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저자가 머리를 빡빡 밀고 입대한 뒤 이 악물고 버텼던 훈련병 때부터 이병, 일병을 거쳐 병장, 전역까지 군대에서 겪었던 사연들과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실행한 독서'와 그에 따른 독서감상문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군 생활을 시기별로 에세이 형식을 빌어 적었고, 신병훈련소와 실무배치, 공수훈련, 군대영창, 병장 시절에 읽은 100여권의 책 가운데 '상처받을 용기', '죽은 시인의 사회', '흐르는 강물처럼', '대학 중용',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소크라테스의 변명', '추악한 중국인', '징비록', '인공지능과 딥러닝' 등 28권의 책을 시기에 따라 또는 주제에 따라 느낀 감상을 소개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에머슨의 말을 처음부터 인용한 이 책은 '군대 독서 길라잡이'를 통해 국방의 의무 속에서도 자기계발을 위한 한줄기 성장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고전, 철학, 역사, 인문사회학, 소설, 과학 등 '각 계열 전문가들이 추천한 책'을 부록으로 마무리했다.

저자는 "군대에서 주어진 시간 외 시간을 좀 더 적절하게 사용한 개인의 경험을 공유하여 후배들이 국방의 의무라는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숨통이 트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박한 기대에서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이 책은 입대를 앞둔 청년이나 현역에겐 좋은 군생활 길라잡이가 될 것이며 앞서 경험한 선배들에겐 기억 한켠으로 밀려나 있던 추억을 되새기는 공감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여있지 말자'라는 화두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천천히 자아를 찾아가는 저자 안정환은 1995년 인천에서 태어나 주안북초등학교와 선인중학교를 졸업했다.

학원에 지친 청소년기를 보내기 싫어 경남 산청 산골 지리산고등학교에 지원, 다양한 분야 또래 20여명과 함께 독서와 봉사로 보냈다. 이후 연세대학교 의공학부에 진학, 1학년을 마치고 해병대 병1201기로 입대했으며, 638일과 군대영창에서 보낸 15일을 추가로 복무하고 전역했다. 지난 10월초 필리핀으로 건너가 거주하고 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