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목숨 앗아간 크레인 사고
장례식장 대기실 유족들 오열
출근 1주일도 안됐는데 … 울분
"상당인력 퇴근 더 큰 참사 모면"
한 가정의 가장 3명의 목숨을 앗아간 타워크레인 사고현장은 '참혹' 그 자체였다.

9일 오후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물류센터 신축 공사현장. 엿가락처럼 휘어져 덩그러니 서있는 73m 높이 크레인의 철골기둥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공사장 곳곳에 널브러진 철제구조물은 사고당시 처참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철골기둥 바로 옆에 내동댕이쳐 있는 크레인운전실과 평형추는 손상되다 못해 구겨지고 부서졌다.

사고 현장은 소식을 접하고 달려온 공사장 관계자, 구급차, 경찰, 취재진 등으로 아수라장이었다.

이날 오후 1시10분쯤 이곳에서는 40t 타워크레인이 부러지면서 크레인 위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김모(55)·장모(52)·박모(38)씨 등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근로자들은 크레인의 높이를 조정하는 '인상작업'을 하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사무실에 있다가 '쿵' 소리를 듣고 나와보니 크레인이 무너져 있었다"며 "사고당일 인부 상당수가 퇴근한 상태여서 대규모 인명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모(55)씨, 장모(52)씨, 박모(38)씨 등 3명은 수원아주대학병원, 용인 강남병원으로 이송됐다.

10일 새벽 12시쯤 김모(55)씨, 장모(52)씨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수원 아주대학병원 장례식장 대기실은 유가족들의 오열로 뒤덮였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지인들도 유가족을 위로하며 곁을 지켰다.

사망자 김씨의 친지는 사고 발생 7시간이 지난 오후 8시쯤 사고 소식을 듣고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달려왔다. 남편이 살아있다는 유가족들의 실낱같은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김씨의 친지는 "김씨가 혹시나 살아 있을까하는 기대를 안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왔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80대 노모에게는 충격을 받으실까 봐 아직 사고 소식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고 망연자실했다.

김씨는 이날 사고가 난 현장으로 출근한 지 일주일도 채 안돼 참사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장씨의 가족들도 오후 5시쯤 장씨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부산에서 수원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장씨 친척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장씨는 고등학생 아들을 둔 성실한 가장이었다.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제발 (장씨가) 무사하길 빌었지만 목숨을 잃어 너무 마음아프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어 "사고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와 장씨 유가족을은 10일 새벽 12시쯤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용인동부경찰서로 이동했다.

한편, 지난 9일 용인 물류센터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은 부산, 의정부 등 주거지 인근 장례식장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김현우·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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