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기자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지난 6일 새벽 가까스로 통과되면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법정시한(12월 2일)까지 넘겨가면서 공방을 주고 받았던 여야가 자신들의 세비는 2.6% 인상하고, 8급 비서관 1명을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정세균 의장과 여야 대표들은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자문기구를 설치하는 등 요란을 떨었다. 하지만 1년6개월이 지난 지금 국민들은 또다시 정치인들의 '공언'이 '공염불'로 될 것이라고 푸념하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배신감은 이미 19대에서도 경험한 바 있다. 2012년 6월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국회 공전의 책임을 지겠다며 세비 한 달치 14억원을 반납하기로 했다. 같은 해 12월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은 한 걸음 더 나가 의원 세비 30%(연 2292만원)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박지원 원내대표(현 국민의당)는 소속 의원 127명 명의로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런 약속들은 모두 20대 총선과 함께 휴지통으로 들어가 버렸다. 세비 30% 삭감 법안은 1274일간 국회 운영위원회 서류 더미 속에 파묻혀 있다가 19대 국회 임기 만료(2016년 5월 29일)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 법제화된 특권 내려놓기는 ▲의원체포동의안의 자동상정·표결 ▲국회의원 겸직 금지 ▲의원 연금 폐지 ▲국회의원 친인척 보좌진 채용 제한 ▲국회의원의 민방위대 편성 ▲의원들의 KTX·항공기 무료 또는 이코노미석 이용 등이 고작이다. 정작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권 핵심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이미 법안까지 제출돼 있는 '국회의원의 4선 연임 제한'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은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은 연임을 3선까지만 허용하고 있으면서도 국회의원들은 연임에 제한이 없어 정치 신인의 진출을 어렵게 하고, 불공정한 경쟁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국회의원의 지역구 세습문제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기업의 세습문제는 국정농단의 단초로 작용할 정도로 심각하고, 대형 교회의 세습까지 논란을 빚고 있는 마당에 정치권의 지역구 세습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19대 국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더이상 국회에 맡겨 놓을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