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도심 월동채비 속속 출몰
정전사태·배설물 테러 골머리
시 "빠른 시일내 방안 찾을 것"
수원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찾은 달갑지 않은 손님인 떼까마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떼까마귀가 도심에서 겨울을 난 것은 지난해 수원시가 처음이다.

5일 수원시와 시민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인계동에 위치한 수원시청을 중심으로 지동, 아주대 인근, 우만동 일대에서 떼까마귀가 무리지어 옮겨 다니며 겨울 채비를 하고 있다.

떼까마귀는 통상적으로 겨울철 유라시아 대륙에서 와 울산 태화강변 대숲 등에서 겨울을 보내다 3~4월쯤 떠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부 떼까마귀는 이런 습성을 버리고 수원 도심으로 몰려 4개월 동안 월동을 했다.

전문가들은 떼까마귀가 이동 경로에 있는 수원지역에 고층건물이 많아 '열섬효과' 등으로 겨울나기에 적합하다고 착각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2016년12월쯤 출현한 떼까마귀는 올해 4월까지 머문 동안 정전사태와 함께 배설물 등으로 시민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다.

시와 전문가들은 떼까마귀가 '정찰조'를 월동지에 먼저 보내 지역을 살핀 후 본진을 부르는 습성을 가진 만큼, 일찌감치 수원을 다시 찾을 것을 이미 예견했다.

까마귀들은 낮에는 흩어져 농경지 등지에서 먹이를 찾다가 저녁 무렵에는 상권이 밀집해 있는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다.

인계동 음식점을 하는 이모(36)씨는 "전선을 가득 메운 까마귀로 다음날 가게 문을 열면 도로가 까마귀 배설로 뒤덮인다"며 "영업에 지장을 주는 만큼 시청에서 이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2년 연속 달갑지 않은 손님을 맞는 수원시는 난감하기만 하다.

'질병'과 '공격성' 등 인간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까마귀지만 강제로 내쫓기도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또 그대로 두자니 배설물과 소음 등으로 시민 피해가 불 보듯 하기 때문이다.

시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예상 출몰지역 20곳에 '까마귀 주의' 플래카드를 설치하면서 피해예방을 강조했지만, 대책마련까지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시는 매 울음소리로 까마귀를 내쫓거나,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는 등의 대책 마련도 검토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뚜렷한 대책은 사실상 없다"면서 "대체 서식지 조성 등 까마귀와 효율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이른 시일 내에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