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중년 일자리박람회
여성 대부분은 가정주부
사전 '워킹맘' 정보전 후끈
인파 몰려 한때 마비될뻔
▲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중년여성 구직자들이 참여기업의 구인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제공=수원시
"요즘은 청년들뿐만 아니라 우리 엄마들도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에요."

22일 오후 수원시청에서 열린 일자리 박람회에 일자리가 간절한 중년여성들이 몰려들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구직 대상은 경력단절 여성과 '신(新)중년'이라 불리는 50~60대 남성과 여성이다.

박람회 개최 예정시간은 오후 2시였다. 하지만 수십명의 구직여성이 조급한 마음에 점심시간이 끝난 오후 1시쯤부터 시청사 주위를 맴돌았다. 시가 게시한 안내문과 기업들의 40여장 취업공고문을 꼼꼼히 읽어가며 취업가능성을 점치는 여성들도 보였다.

공고문을 읽던 김모(55·여·수원)씨는 "아무래도 지원자들이 많을 테니까 1시간 전부터 미리 와서 분위기를 살펴보고 있다. 다른 공고문도 읽으러 가야 한다. 이만 가보겠다"며 이내 다른 장소로 향했다.

이날 짓궂은 날씨도 이들의 취업열정을 꺾지 못했다.

박람회를 찾아온 구직자들 가운데 여성 비율이 더욱 높았다. 여성들은 주로 남편과 자녀를 둔 가정주부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가사(家事)를 조금 내려놓고, 경제적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워킹맘(일하는 여성)'을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워킹맘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여성들에게는 그저 '부러운 대상'일 뿐이다. 현재 경기불황 탓에 남녀노소 나이를 불문하고 '취업난'에 빠졌다. 박람회에서 만난 대부분 여성은 일자리 찾기에 지친 분위기였다.

박람회에는 수원시가 선정한 40개 중소기업이 참여했다. 기업들은 현장 일대일 면접, 이력서접수·추후면접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약 16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근무지는 수원시를 비롯, 화성·용인 등 인근 도시다.

모집분야는 중년여성들이 선호하는 직종이다. ▲전산·학교행정·자재관리 사무원 등 일반 사무 ▲급식보조, 주방보조 등 보조업무 ▲사회복지사, 간호사, 요양보호사 등 복지 관련 업무 ▲콜센터 상담원, 시식 판촉원, 상점 판매원 등 서비스 업무 ▲바리스타, 굴삭기 운전원, 멸균관리사, 한식 조리사, 인테리어 디자인·시공 기술자 등 전문업무도 다수 포함됐다.

면접을 마치고 나온 이모(58·수원)씨는 "우리 아이도 요즘 취업난에 갈피를 못 잡고 있어서 엄마라도 나서볼까 했는데, 만만치 않았다"며 "지금 이곳만 봐도 이렇게 사람이 많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람회가 한창인 오후 4시쯤에는 구인업체·구직자 간 일대일 면접이 이뤄지는 채용관, 구직지원부스가 마련된 본관로비·별관2층의 통로가 한때 마비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날 구직을 위해 찾아온 여성들은 700여명으로 집계됐다. 총 취업인원 대비 경쟁률로 보면 7대2 수준이다.

중소기업의 직원들은 후끈 달궈진 취업열기를 예상치 못한 듯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한 업체 직원은 "날씨 영향도 그렇고, 대상이 중년층이다 보니 이렇게까지 몰릴 줄은 상상치 못했다"며 "이력서접수, 면접 등에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원영덕 수원시 일자리정책과장은 "시를 찾아온 구직자를 대상으로 기업과 사전 매칭 작업을 진행하고, 사후관리도 지속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중년여성의 실업률을 줄이기 위한 지원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