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 찾아 민가 떠돌아 '광견병 감염' 우려
시 보건환경연구원 "물리지 않는 것이 상책" … 고기에 백신 섞어 치료제 미끼 뿌려둘 계획
▲ 남동구와 국립생물자원관이 논현동 한 아파트단지에 CCTV를 설치해 도심에 나타나는 너구리를 관찰했다. 어른 야생너구리 한 마리가 일명 '캣맘'들이 길고양이에게 주려고 둔 사료그릇에 접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제공=남동구청
인천 도심에 난데없는 너구리가 잇따라 출몰하고 있다.

먹이를 찾아 민가를 떠도는 것인데, 광견병 전파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인천소방안전본부는 올 한해 44건의 너구리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고 21일 밝혔다.

보통 아파트 단지나 공원 등에서 봤다는 주민들의 119 신고다.

산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이 인천 주택가에 출현한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구조대원들은 즉각 출동했다.

하지만 너구리가 워낙 날쌔고 사람을 피하는 습성이 있어 포획한 적은 드물다고 밝혔다.

특히 남동구 구월동과 논현동의 아파트에서 신고가 집중돼 최근 남동구는 국립생물자원관의 협조를 받아 주택단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너구리를 추적한 바 있다.

조사 결과 논현동 아파트에 드나드는 너구리는 성체 2마리와 새끼 4마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오봉산에 사는 너구리가 밤이면 내려와 단지에 주민들이 놓아둔 길고양이 사료를 먹는 모습이 포착됐다.

남동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천의 너구리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자체적으로 먹잇감을 구하지 못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너구리는 야행성이자 잡식성으로 낮에는 자다가 밤에 나와 들쥐나 개구리·뱀·게·지렁이류·곤충·열매·고구마 등을 먹는다.

구의 보고를 받은 인천시는 너구리 대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혹여나 사람을 물기라도 하면 광견병 감염의 우려가 있어서다.

너구리는 강력한 광견병 숙주로, 병 감염의 주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경기도 북부지역과 산악지역에서는 너구리를 통한 광견병이 발병한 적 있다.

시 보건환경연구원은 너구리 주요 출몰 지역에 광견병 치료제 미끼를 뿌려둘 계획이다.

고기에 백신을 섞는 방법으로, 관련 예산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요청한 상태다.

인천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인천에서 너구리 광견병이 발생한 적은 없지만 최근 민가에 야생 너구리가 돌아다녀 가능성이 높다"며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니 길에서 마주쳤을 때 만지거나 다가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